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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LNG 운반선 자국 건조 압박…한화오션, 시험대 올랐다

천문학적 비용·기술 장벽 넘을까
韓 조선 기술력에 업계 이목 집중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이 조선소는 5개의 건조 시설(드라이 도크)을 갖추고 있다. 사진=한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이 조선소는 5개의 건조 시설(드라이 도크)을 갖추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가스 운반선을 지으려 하지만 미국 천연가스 업계는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노르쉬핑(Nor-Shipping)에서 열린 캐피탈 링크(Capital Link) 해양 리더스 서밋(Maritime Leaders Summit)에서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트레이드윈즈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한 뒤, 미국 정부의 자국 선박 건조 장려 정책, 곧 LNG 수출 물량의 일정 비율을 미국에서 건조해 운항·등록한 선박이 맡도록 하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라 LNG(Golar LNG) 칼 프레드릭 스타우보(Karl Fredrik Staubo) 최고경영자(CEO) 지난 월요일 행사에서 미국의 조선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MR 유조선을 지을 때도 구형 설계인데 다른 곳보다 5배 비쌌다"고 밝혔다. 이어 "운임이 5배 오르거나, 아니면 세상은 가장 값싼 곳에서 계속 생산할 것"라며 미국 내 조선 비용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내비게이터 가스(Navigator Gas) 매즈 피터 자코(Mads Peter Zacho) 최고경영자(CEO) 역시 "충분한 보조금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겠지만, 미국 조선업은 해군 함정과 작은 배에 집중하며 전 세계 산업의 주변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코 CEO는 "큰 추진력을 만들려 할 막대한, 노골적인 보조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 천문학적 건조 비용, 미국 조선 경쟁력 발목 잡나


베설즈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중국, 일본 또는 한국의 최고급 조선소에서 17만4000cbm급 LNG 운반선을 짓는 데는 2억5900만 달러(약 3566억4300만 원)가 든다. 반면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은 다른 곳에서 지은 선박보다 훨씬 비싸다. 최근 추정된 미국산 수에즈막스급 유조선(suezmax tanker)의 건조 비용은 5억 달러(약 6885억 원)에 이르며, 이는 다른 조선소의 8300만 달러(약 1142억9100만 원)와 비교해 약 5배 넘게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 안에서 LNG 운반선을 지을 조선소는 없고, 마지막 미국산 LNG선은 1980년에 지어졌다.

평가 서비스 데이터는 지난 수년간 중국, 일본, 한국이 수백 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은 800척 넘게 건조해 압도하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1970년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에 있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소유의 폐쇄된 조선소에서 지은 5척의 LNG 운반선만 운용 중이다. 글로벌 LNG 업계와 선주들은 미국 안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외국보다 5배 이상 비싸고, 숙련된 인력이 모자라며, 기술력 차이 같은 현실 장벽이 크다고 지적한다.

◇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투자, 美 LNG 운반선 시장 새 판 짤까


이런 상황에도 한국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셸 잉게 뢰케(Kjell Inge Rokke)가 지원하는 회사로부터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한 뒤 이를 고칠 계획이다. 한화는 약 1000억 원(약 7200만 달러)을 들여 필리조선소의 한 해 생산 능력을 기존 1.5척에서 10척으로 늘리고, 2035년까지 한 해 매출 40억 달러(약 5조5080억 원)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필리조선소는 상선 훈련선, 존스법(Jones Act)을 지키는 컨테이너선, 해저 암반 설치선 건조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전 소유주는 이 중 상당수를 손실 프로젝트로 분류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도크 확장, 자동화 시스템 도입, 도장 시설 개선 등 대규모 설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또한 한화오션의 LNG선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첫 LNG 운반선 건조에 도전하며 약 50명의 한화오션 전문가가 현장에 파견돼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국내 LNG 운반선단 강화를 추진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8년까지 미국 수출량의 1%를 미국에서 지은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요구하며, 2045년까지는 이 비율을 13%로 늘리는 규정을 내놓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8년부터 미국산 LNG의 1%를 미국에서 지어 운항·등록한 선박으로 실어 나르도록 의무화하고, 2047년까지 이 비율을 15%로 차츰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LNG 업계 대표 단체인 Center for Liquefied Natural Gas(CLNG)는 "이런 요건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며, 미국 LNG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LNG선 건조 경험이 끊긴 미국에서 짧은 기간 안에 고부가가치 LNG선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투자와 미국 내 LNG 운반선 건조 계획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높은 건조 비용, 인력과 기술력 부족 같은 현실 한계로 짧은 기간 안에 미국산 LNG선이 대규모로 나오기는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화오션이 이런 장벽을 넘어 미국 LNG선 시장을 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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