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크리에이터에 대해 업계인들이 자주 하는 오해는 이를 신기술로 바라보거나, 기술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의 매력을 얼마나 잘 살리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하느냐, 그리고 콘텐츠를 얼마나 자주 선보이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한국버추얼휴먼산업협회(KOVHIA)의 초대 공동 협회장이자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용 아바타 서비스 '아이튜버' 운영사 두리번의 서국한 대표가 '2023 XR 소부장 산업생태계 활성을 위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한 말이다.
이번 하이브리드 컨퍼런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누리꿈스퀘어와 메타버스 '인게이지'에서 지난 21일 열린 행사다. 서국한 협회장은 이날 '버추얼 크리에이터 콘텐츠 산업의 이해'란 주제로 약 30분에 걸쳐 강연을 진행했다.
서 대표는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크게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활용하는 크리에이터 '버튜버'와 실제 인간에 가까운 모습의 가상 캐릭터 '버추얼 휴먼'으로 구분, 특히 버튜버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특히 일본에서 2016년 데뷔 1년만에 100만 구독자를 모은 '키즈나 아이'나 도쿄증권거래소에 최근 연이어 상장한 '니지산지' 운영사 애니컬러와 '홀로라이브 프로덕션' 운영사 커버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급격하게 성장한 버튜버 시장은 해외 기준으로는 더 이상 '서브컬처', '비주류'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예시로는 '이세계아이돌'과 '플레이브'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유튜브 기준 각각 64만명, 5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인기 크리에이터다. 음원 시장에서도 수차례 순위권에 오르며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모양새다.
버튜버에 대해 흔히 이들이 '가상의 크리에이터'라는 이름만 보고 "사람이 아닌 AI"라거나 "실제 아이돌과 달리 사고를 치고 퇴출되는 등 휴먼 리스크가 없다"는 오해가 자주 일어난다. 서국한 협회장은 이에 대해 "버추얼 크리에이터도 결국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통해 팬을 만들어낸다"고 반박했다.
그는 "버튜버들이 실시간 개인방송을 하며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만들어진 캐릭터를 넘어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때 '덕후'가 탄생하고 팬덤이 결집되는 것"이라며 "실제 아이돌을 두고 '결국 결국 기업이 기획한 이미지에 불과하고 차라리 직접 소통 가능한 버추얼 아이돌들이 더 사람답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버튜버와 버추얼 휴먼을 비교하며 서국한 협회장은 플레이브와 같은 시기인 올 1월 데뷔한 걸그룹 '메이브(MAVE:)'의 예시를 들었다. 두 그룹은 모두 올해 수 차례 MBC 음악 예능 '쇼! 음악중심'에 출연했다. 그러나 유튜브 구독자를 보면 메이브는 24만명으로 플레이브의 절반 수준이다.
서 협회장은 "메이브는 실제 인간에 가까운 그래픽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워낙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보니 정작 콘텐츠의 지속성이나 실시간 소통성에선 오히려 플레이브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술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 보다 사람과 기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강연 말미에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활용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들을 소개했다. 오픈소스 무료 프로그램으로도 이용 가능한 '라이브2D' 계열 아바타부터 수 억원에 이르는 광학 센서형 모션 캡처 장비, 수십억원대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서국한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고 장비 가격이 올라갈 수록 크리에이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크리에이터 시장에 공략하려는 분들은 무작정 기술력을 끌어올리기에 앞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간적인 매력을 찾고, 이들을 어떻게 기술과 조화시키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