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튜브 상에서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블(Playables)' 기능을 테스트한다. 이는 2년 전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 넷플릭스와 유사한 행보로, 거대 동영상 플랫폼 간의 '콘텐츠 슈퍼 앱'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유튜브는 미국 등 서구권 지역에서 지난달 말부터 월 13.99달러(한국 기준 1만450원) 정액 구독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플레이어블 기능 공개 테스트에 나섰다. 시청자는 원한다면 유튜브가 제공하는 37개 미니 게임을 웹 혹은 앱 상에서 자유로이 플레이할 수 있다.
구글 관련 소식을 주로 다루는 외신 '나인 투 파이브 구글(9 to 5 Google)'에 따르면 유튜브는 올 9월 이러한 기능을 일부 이용자에 한해 베타 테스트했다. 여기에 포함된 게임 일부는 구글이 제3세계, 자율주행 차량 등 저사양 기기 이용자를 타깃으로 운영 중인 미니 게임 플랫폼 '게임스낵(Gamesnacks)'에서 따왔다.
플레이어블 베타 테스트의 기한은 내년 3월 29일로 정해져 있으며 이것이 실제로 유튜브 프리미엄의 일부로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실제 업데이트까지 이어진다면 프리미엄 구독제는 영상 관련 기능에 '유튜브 뮤직' 기능을 포함 3개 분야 콘텐츠를 지원하게 된다.
유튜브의 이러한 행보는 라이벌 빅테크 중 넷플릭스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넷플릭스는 현재 월정액 구독형 영상 제공 서비스 'OTT(Over The Top)'의 일환으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 위주로 약 70개 게임을 선보이고 있으며, 자체적인 게임 개발 자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업계 라이벌 애플 역시 게임을 포함한 월정액 구독 서비스 '애플 원'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OTT 서비스 애플 TV와 음악 서비스 애플 뮤직이 포함되는 등 구성 또한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사하다.
애플은 최근 자사 스마트폰 '아이폰15 프로' 제품군을 소개하며 게임이 매끄럽게 돌아갈 정도의 높은 그래픽 사양을 핵심 강점으로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나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판 등 콘솔 게임들을 아이폰15 프로에서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유튜브는 6월 들어 이미 '플레이어블'이란 프로젝트 명을 내걸고 사내 테스트에 나섰다. 이에 관해 당시 유튜브는 "게임은 유튜브에 있어 오랫동안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가 게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유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존의 핵심 매출원인 광고 지출 둔화를 들었다. 당시 유튜브의 광고 매출은 1분기 기준 67억달러(약 8조7500억원), 지난해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 2분과 3분기에는 각각 76억달러(약 10조원), 80억달러(약 10조450억원)으로 성장세로 돌아섰다.
IT업계는 게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들었다. 그간 영상 업계가 숏폼 동영상 등으로 대표되는 '스낵 컬처'에 집중했으나, 마케팅적 관점에서 필요한 이용자 개개인의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해 게임과 같은 높은 집중력과 긴 이용시간을 가져다 줄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숏폼 동영상의 대명사 틱톡 또한 지난해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영국 등에서 크리에이터가 별도 설치 없이도 팔로워들과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능을 테스트했다.
콘텐츠 기업의 이와 같은 다각도의 결합 시도는 '슈퍼앱'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슈퍼앱이란 소셜, 콘텐츠, 커머스,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앱에서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2020년대 들어 IT 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꼽힌다.
미국 벤처캐피털 콘보이 벤처스(Konvoy Ventures)는 슈퍼앱의 탄생에 있어 게임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게임은 이미 앱 체류 시간에 있어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며 "친구와 함께 하는 커뮤니티성, 콘텐츠 거래로 인한 구매성까지 슈퍼앱이 되기 위한 조건을 대부분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슈퍼앱을 탄생시킬 수 있는 대표적 업체로 구글과 메타 플랫폼스를 지목하면서도 "메타의 근간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이용자 수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NS가 비 SNS 분야와 접목되는 것보다 게임이 비 게임 분야와 결합하며 슈퍼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