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액 구독형 서비스 'OTT'를 앞세워 방송계,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넷플릭스가 게임계를 다음 타깃으로 점찍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Xbox),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등 콘솔 게임계와 직접적으로 맞부딪칠 전망이다.
마이크 버두 넷플릭스 게임 사업부 부회장(VP)는 현지 시각 1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금일부터 영국·캐나다 지역에서 TV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베타 테스트를 개시했다"고 공지했다.
베타 테스트 대상으로는 비주얼 노벨형 어드벤처 게임 '옥센프리 2: 로스트 시그널', 보석 채굴을 테마로 한 캐주얼 게임 '마이닝 어드벤처' 2종이다. 로쿠·LG·삼성 등의 스마트 TV는 물론 구글 크롬캐스트, 엔비디아 실드, 아마존 파이어TV 등 셋톱박스 플랫폼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기존에 월 정액 구독 회원들에게 OTT 영상 콘텐츠와 더불어 모바일 게임 무료 이용 서비스도 제공해왔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 플랫폼의 범위를 TV로 확장한 셈이다.
사측은 이후 TV 스트리밍 외에도 게임 서비스 범위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버두 VP는 "당사의 목표는 고객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을 함께 즐기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몇 주 안에 웹 브라우저를 통해 PC와 맥(Mac) 환경에서도 베타 테스트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2년 전인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넷플릭스는 '옥센프리' 시리즈를 개발한 미국의 게임 개발사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게임사에 투자하거나 M&A(인수 합병)를 진행하는 한편, 지난해 9월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자체 개발사 '넷플릭스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헬싱키는 넷플릭스가 같은 해 3월 6500만유로(약 950억원)에 인수한 넥스트 게임즈가 소재한 곳이다.
올 1월에는 MS Xbox 사업부의 핵심 독점 IP '헤일로'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던 조셉 스태튼 디렉터를 공식적으로 영입했다. 해외 게임들 외에도 국산 게임으로 네오위즈 산하 하이디어가 개발한 캐주얼 힐링 게임 '고양이와 스프' 역시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직접적 경쟁 상대는 앞서 언급한 MS, MS의 게임계 라이벌 소니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콘솔 게임기기 Xbox와 PS는 TV 등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임 패스와 PS+(플러스) 등 월정액 구독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로 MS 측은 2020년, 자체 게임 발표 행사 'Xbox 게임 쇼케이스'에서 "게임 패스의 궁극적 라이벌은 PS보단 넷플릭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IT 매체 T3는 "Xbox와 PS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지배적 위치를 점한 곳은 없다"며 "넷플릭스는 그 사이 '게임계의 넷플릭스'의 자리까지 차지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고 평했다.
넷플릭스가 MS, 소니 등 게임업계에 실질적 위협이 되기까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현재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의 수는 약 70개이고 플레이 시간이 짧은 캐주얼 게임이 대다수다. 반면 Xbox 게임 패스와 PS+는 소위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 다수를 포함 400개 이상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게임사로서 실질적 경쟁력의 척도인 '자체 개발 대작' 또한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다. 아미르 라히미 넷플릭스 게임 사업부 이사는 지난해 9월 헬싱키 스튜디오 설립 당시 "훌륭한 게임을 선보이는 것에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영상 콘텐츠 기반 플랫폼을 기반으로 게임 사업을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구글의 월 정액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와 비견되고 있다.
스태디아는 2019년 11월 서비스 개시 당시 '유튜브를 기반으로 게임 시장에 도전한다'는 평을 받았으나, Xbox 게임 패스와 PS+ 등은 물론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아마존 '루나' 등 유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상대로도 명확한 위치를 점하지 못한 끝에 올 1월 18일부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영국 투자 전문지 프로액티브인베스터스(Proactive Investors)는 "넷플릭스 게임은 '구글 스태디아'의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사업으로, 기존의 OTT와 함께 제공된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점이 있다"면서도 "회사가 위기에 처한다면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 또한 높은 사업부"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