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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규제 1년, 자체 AI칩·DUV 공정 ‘대안’ 꺼내는 중국

최용석 기자

기사입력 : 2023-11-13 09:11

중국 바이런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자체 개발 AI칩 'BR100'의 모습.  사진=바이런테크놀로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바이런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자체 개발 AI칩 'BR100'의 모습. 사진=바이런테크놀로지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추진한 대중 반도체 규제가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달 17일에는 그간 진행해온 각종 규제의 빈틈을 메우는 추가 규제 방안도 새롭게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도 더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지난 1년 동안 미국 규제의 빈틈 속에서 활로와 대안을 모색해온 결과가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다양한 중국산 자체 AI칩과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7나노급 심자외선(DUV) 공정이 그것이다.

美 규제로 엔비디아 대체재로 재조명받는 중국 자체 AI칩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거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이 직접 견제할 만큼 규모나 성능, 완성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다만, 그 배경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산 고성능 AI칩들이 있다.

중국도 지난 수년간 ‘반도체 굴기(崛起)’를 주장하며 자국산 AI칩 개발을 독려했지만, 기술 및 성능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결국 엔비디아 AI칩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정체됐던 중국 토종 AI반도체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월 바이두가 엔비디아 A100칩의 대안으로 화웨이가 개발한 AI칩 ‘어센드 910B’를 1600개 주문했으며, 10월까지 약 1000개의 공급이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총 발주 규모만 4억5000만 위안(약 808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로이터를 통해 “이번 거래는 그간 바이두가 엔비디아에 주문한 수천 개의 AI칩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중국 기술기업이 어떻게 미국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어센드 910B의 AI 성능은 현재 가장 최신 칩인 H100에 한참 못 미치고, 이전 세대 제품인 A100 칩의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100과 A100에 이어 이들의 성능을 낮춘 중국 시장용 H800, A800 칩까지 수입이 막힌 중국 AI 기업에는 “없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지난 2021~2022년 공개됐던 알리바바의 ‘한광 800’, 텐센트의 ‘즈샤오’ 등 중국 AI 기업들의 자체 개발 AI칩은 물론, 바이런 테크놀로지의 ‘BR100’과 무어스레드의 ‘MTT S3000’ 등의 AI 칩들도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바이런의 BR100 칩은 발표 당시 엔비디아 제품에 버금가는 AI 성능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중국 자체 A 칩들은 모두 대만 TSMC의 7~1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조된 제품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TSMC도 해당 제품들의 신규 수주 및 생산을 중단했고, 당장 중국 AI 기업들이 추가 물량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로, 중국이 스스로 7~12나노급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게 되면, 이들 대안 AI칩들도 자국 내에서 직접 제조해서 충당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7~12나노급 반도체의 자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심자외선(DUV) 기술로 7나노급 반도체 대량생산 노리는 중국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월 네덜란드로부터의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네덜란드의 노광장비 제조사 ASML로부터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했기 때문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7나노 이하 초고밀도 반도체의 대량 양산에 필수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이미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하지만 한 단계 낮은 DUV 노광장비 수출은 최근에야 수출 규제가 결정되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수출이 금지된다.

중국은 이미 DUV 장비로 7나노급 반도체를 제조하고 양산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자체 5G 칩 ‘기린 9000s’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EUV 장비 공급만 막으면 고성능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미국의 판단이 성급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UV 장비로 7나노급 반도체를 제조할 수는 있지만, 수율도 낮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물량전과 막대한 정부 지원금으로 이를 극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상황에서 DUV 장비 수입을 더욱 늘리는 것은 본격적으로 7나노급 반도체 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기린 9000s 칩을 제조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SMIC는 TSMC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미세공정 도입을 주도했던 공정 전문가 량멍쑹(梁孟松·71)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7나노 공정 기술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7나노 공정 기술의 안정화와 대량의 DUV 장비, TSMC 출신 전문가의 기술 노하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보조금이 더해지면 TSMC에만 의존하던 자국산 AI칩들의 양산도 시간문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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