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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의 아버지' 팀 스위니 "2030년 메타버스 인구 10억 넘을 것"

3D 온라인 게임이 곧 메타버스…NFT·생성형 AI 도입은 '보류'
"구글·애플은 갑질 플랫폼" 비판…'메타버스 표준' 마련 기대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8-29 17:49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2021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2021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에 하루에 6억명에 가까운 활성 이용자들이 접속하는 것으로 안다. 2030년에는 이들보다 더 나은 메타버스가 대중에 공개될 것이며, 일일 인구는 10억명을 넘기리라 본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가 29일 서울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2023' 참가를 위해 한국에 방문, 국내 매체들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과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이자 '게임 기반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기업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사이기도 하다.

메타버스는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컴퓨터 속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형 게임주 '로블록스'와 함께 급부상했으나, 지난 2년 동안 명확한 성과가 없어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 분야다.
올 3월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에 참여했던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의 기능을 자사 대표작 포트나이트와 결합하는 '언리얼 엔진 포 포트나이트(UEFN)'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의 비전으로 앞서 언급했듯 '메타버스'를 확고히 내세웠다.

에픽게임즈의 플래그십 제품 언리얼 엔진은 게임계에서 '하이엔드(최고 품질) 3D 그래픽 콘텐츠' 구현에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엔진이다. 게임은 물론 영화 CG, 자동차·건축용 시뮬레이션 기술 등 다방면으로 그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블록체인 NFT(대체불가능토큰)나 생성형 AI(인공지능)과 결합해 진정한 메타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당사의 관점은 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3D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즐기는 지금의 게임 환경이 다름아닌 메타버스"라고 설명했다.
언리얼 페스트 2023 기자회견장에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역사와 팀 스위니 대표,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언리얼 페스트 2023 기자회견장에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역사와 팀 스위니 대표,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 사진=이원용 기자

한국에선 위메이드·네오위즈·넷마블 등 여러 게임사들이 NFT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경제구조를 게임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중 위메이드는 한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 게임들을 론칭, 각 게임의 경제구조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인터게임 이코노미' 생태계를 주요 비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개발한 게임이나 엔진에 블록체인 요소를 도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자체 운영 게임 마켓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서비스되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 양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팀 스위니 대표는 "경제적으로 상호 호환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메타버스 비전과 인터게임 이코노미는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전통적인 기술과 탈중앙화 기술, 또는 이를 융합하는 형태, 어떤 것이든 작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했다.

에픽게임즈 측은 올 초 머신러닝 기반 생성형 AI 도입 여부에 관해 "언리얼 엔진에 도입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니 대표는 이날 "우리에게 생성형 AI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핵심 비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최근 보여준 혁신과 상업적 성과는 물론 놀라운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지, 텍스트 분야를 중심으로 30년 가까이 이어진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있었다"며 "게임 개발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선 아직 그만큼 저변을 쌓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커다란 성과나 혁신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이미지. 사진=넷마블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이미지. 사진=넷마블 공식 유튜브 채널

국내에선 앞서 언급한 넷마블 산하 메타버스월드의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크래프톤이 '제페토' 개발사 네이버제트와 협력 제작 중인 '미글루', 빗썸이 개발 중인 '네모월드' 등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되는 '크리에이터 기반 메타버스' 신작들이 여럿 있다.

이러한 후발주자들이 UEFN의 라이벌이 될 수 있지 않냐 묻자 스위니 대표는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접근과 이에 따른 혁신과 경쟁"이라며 "UEFN과 같은 다소 복잡한 개발을 요구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보다 가볍게 접근 가능한 플랫폼, 혹은 실제 그래픽 플랫폼과 카툰 렌더링 그래픽 플랫폼 등 다양한 메타버스들이 연구되고 출시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스위니 대표는 지난 2021년 11월,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방지를 목표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가 주관한 토론회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에픽게임즈가 구글, 애플과 앱마켓 독과점 문제로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갑질 방지법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훌륭했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결국 플랫폼사가 퍼블리셔 자체 결제 시스템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형태로 법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애플은 하드웨어·망·OS(운영체제)·결제 시스템을 다각도로 갖춘 플랫폼인 만큼 법으로 이를 모두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업체들 스스로가 이러한 지위를 악용, '보다 낮은 가격'이란 직관적인 소비자 혜택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6월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플랫폼스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메타버스 표준 포럼'의 초기 협회원사로 함께 했다.

스위니 대표는 이에 관해 "현재의 인터넷을 예를 들면 '모든 웹사이트는 프로그래밍 언어 HTML5로 제작한다'는 표준이 정해져 있는데, 이와 같은 기술적 표준을 정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여기에 나아가서 웹 세계에서도 이룩한 바 없는 경제적 이익, 수익화 부분에서의 표준 지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예를 들어 '포트나이트'에서 구매한 아이템이나 스킨을 '배틀그라운드' 등에서 활용하는 세계가 열린다면, 고객 입장에선 더욱 넓은 선택권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며 "각 업체간의 이해관계 문제, 규제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게 정해지진 않을 전망이며 블록체인 경제 구조를 도입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선 '거대한 표준 메타버스'가 열린다면, 게임사 등 각 업체들이 만든 메타버스들이 그 아래에 편입되는 형태를 제시했다. 스위니 대표는 "지금으로선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나 메타버스를 수용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030년 전후로 그 편린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에픽게임즈가 이러한 '거대한 표준 메타버스'의 주인으로서 구글·애플의 뒤를 이은 새로운 시장 지배 기업이 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스위니 대표는 "한 회사가 생태계를 독점하는 것은 결코 원치 않으며 우리 회사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앞서 언급한 포럼과 같이 하나의 표준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두되 각자의 메타버스는 각자가 통제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며 에픽게임즈는 그 많은 회사들 중 하나(One of Many)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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