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가 연달아 웹툰 분야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저작권 문제와 기술적 실업 등 작가와 독자들의 우려는 최소화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장점은 살리겠다는 방침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최근 네이버의 콘퍼런스 '단(DAN) 23'의 연사로 나서 웹툰 창작 분야에 적용할 AI 기술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단23은 네이버가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AI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에 둔 서비스들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네이버웹툰은 올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지상최대공모전'에선 웹툰 창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AI 기술 적용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모회사의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 발맞춰 태도를 바꾸는 모양새다.
웹툰업계에서 생성형 AI는 창작자와 독자를 막론하고 '금기'로 받아들여져왔다. AI 이미지 제작기 성능이 강화됨에 따라 누구나 양질의 일러스트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고, 이에 따라 AI 이미지 제작기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AI 생성 이미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논란은 이들이 머신 러닝에 활용하는 데이터와 관련한 저작권 문제가 있다. 또 AI 도입에 따라 그림 작가들의 일자리가 뺏기는 기술적 실업 문제, AI를 이용하면서도 이를 숨기며 '그림 실력자' 행세를 하며 일러스트 계약을 타내는 사례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단23 콘퍼런스서 "생성형 AI를 두고 저작권 논란이 있음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접근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례로 원로 만화가 이현세와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의 사례를 인용, 하나의 툴을 여러 창작자에게 주는 대신 개별 창작자에게 맞춤형 AI 툴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담미디어는 지난해 말, 이현세 작가가 지난 44년간 창작한 4174권 분량의 만화·웹툰 작품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활용하는 내용의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현세 작가의 화풍을 보존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만화의 종주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도시바 산하 키오시아(KIOXIA)는 2020년부터 고(故) 데즈카 오사무의 화풍을 AI의 도움을 받아 재현하는 '데즈카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 초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뉴얼된 '파이돈'이 공개됐다.
김준구 대표는 이현세 작가 AI의 사례를 인용하며 "작가들과의 협업해 특정 작가의 이미지를 학습하는 AI 툴을 올해 말 내지는 내년 초에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라이벌 카카오는 지난달 6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용 AI 브랜드 '헬릭스(Helix)'를 선보였다. 헬릭스는 현재 이용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웹툰, 웹소설 등을 추천하는 '푸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헬릭스 푸시 서비스의 대상을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등 국내 서비스는 물론 타파스, 래디쉬 등 해외 플랫폼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또 웹툰 등 콘텐츠 창작 영역으로도 AI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기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에 관해 "플랫폼 이용자와 독자는 물론 창작자, 아티스트까지 연결할 수 있는 AI 기술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며 "AI 기술이 더욱 확장적인 가치, 작품에 의미 부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에 의한 저작권 논란도 있지만 세계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해줄 AI 번역, 불법 웹툰 등을 막는 AI 보안 서비스 등 도움이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이용자와 작가들의 부정적 시선을 누그러뜨리며 AI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