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세계 IT 업계의 화두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을 전면 추진하는 가운데 핵심 콘텐츠 사업인 웹툰 분야에선 오히려 AI 도입을 자제하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인·독자층의 AI에 대한 반감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 내에선 네이버웹툰이 작가들에게 AI 이미지 생성기 활용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다. 네이버웹툰 측에 이를 확인한 결과 "정식 연재 작가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을 지양할 것을 요청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웹툰이 진행 중인 콘테스트 '2023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해당 콘테스트는 올 5월부터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심사를 진행, 대상 기준 5000만원의 상금과 정식 연재·매니지먼트 기회를 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사측은 1차 심사를 마무리한 시점인 5월 31일, 2차 심사 시점부턴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사측은 이에 관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의 이 같은 조치는 본사의 AI 관련 행보를 거스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일찍이 2021년 5월, 한국어에 특화된 초대형 AI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올 여름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3월 선보인 최신형 AI 'GPT-4'에 대응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올 7월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를 중심으로 한 AI가 적용되는 분야는 매우 넓다. 검색 엔진과 블로그 등 기초적인 포털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스토어 솔루션' 등 커머스 분야, 네이버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 모빌리티 분야의 자동 주행까지 AI 도입에 힘쓰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도 AI가 활용된다. 핵심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메타버스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사측이 8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제페토의 아바타 제작 기능에 생성형 AI를 도입, 한 장의 사진만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제페토 오리지널·애니메이션·피규어·캐릭터 등 4개 테마에 맞춰 생성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 AI가 적용되고 있으나 유독 웹툰에만 AI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웹툰 작가를 위시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나 독자층 중 상당수가 AI 그림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AI 이미지 제작기가 대중에 공개된 시점은 오픈AI가 '달리(DALL-E)'를 선보인 2021년이지만 이들이 보다 대중화된 때는 이듬해 8월 딥러닝, 텍스트-이미지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이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10월 '노블AI 이미지 제작기'가 출시된 시점이다.
이들은 콘티나 밑그림 수준의 이미지는 물론, 텍스트만으로 그럴듯한 그림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며 이용 요금은 노블AI 기준 1회 제작 당 1센트(약 13원)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10번 생성한다고 가정하면 130원만으로 1분이 채 안 걸리는 단시간 만에 양질의 일러스트를 찍어낼 수 있는 셈이다.
자연히 이들 AI 서비스를 악용, AI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숨기고 '그림 실력자'인 것처럼 활동하다 적발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라이브 방송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밑그림을 AI 제작기에 입력, 방송이 끝나고 완성된 그림을 두고 "내 그림을 베꼈다"고 주장한 '적반하장'의 사례도 있다.
AI 일러스트가 고객들의 반발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리듬 게임 '사이터스'로 유명한 대만의 레이아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 4월부터 공식 이미지에 AI가 활용된 흔적이 계속 발견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시프트업도 올 초 '승리의 여신: 니케' 프로모션 이미지 중 손가락이 4개만 표현된 그림이 발견돼 'AI 제작' 의혹을 받았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게임 관련 일러스트는 모두 사람이 직접 그린다"고 해명에 나서야 했다.
다만 이러한 AI 일러스트에 대해 "사용해놓고 아닌 척하는 기만이 문제일 뿐, AI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일례로 최근 네오위즈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5)'에서도 곡의 배경 영상(BGA) 제작에 AI를 활용했다. 사측이 "AI호러 무비라는 콘셉트에 맞춰 의도적으로 AI 화풍을 느끼게 했다"고 알리자 오히려 호평을 받았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혼란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나, 생성형 AI 도입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일리가 있다 보니 합의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