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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유튜버'도 써먹었다…커져가는 AI 표절 위험

영상 발표문 통째로 베껴…"AI 덕분에 3시간 만에 대본 완성"
'AI가 만든 특허'까지 나오는데…구체적 규제 방안 '지지부진'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2-16 22:27

사진=프리픽, 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프리픽, 이원용 기자
'챗GPT' 유행을 필두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표절 관련 논란도 늘고 있다. AI가 머신러닝에 이용한 데이터들의 저작권 문제, 나아가 AI 서비스 자체를 표절에 활용하는 사례까지 발견돼 업계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138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과학 이슈 전문 유튜버 '리뷰엉이'는 최근 "제 유튜브가 도둑질당하고 있습니다"란 제목으로 타 유튜버 '우주고양이 김춘삼'을 공개 저격했다. 자신을 포함, 여러 유튜버들이 사용한 콘텐츠의 음악, 발표 내용, 썸네일 등을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튜버 김춘삼은 2022년 6월 데뷔한 후 짧은 기간동안 6만 구독자를 모으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그는 경제방송 PD 출신 유튜버 '주PD'의 인터뷰 방송에 출연해 "유튜브의 자체 AI 자막 제작기나 노아AI, 클로바노트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3시간 만에 그럴듯한 콘텐츠 대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클로바노트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의 서비스로 음성 파일을 인식, 텍스트 파일로 변환해준다. 노아AI는 1인미디어 채널 스마트 검색 플랫폼으로 '주PD가 추천한 플랫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김춘삼은 이들 AI 서비스를 통해 적합한 유튜브 영상을 단기간에 찾아내고 영상 속 음성을 문서화, 편집해 자신의 발표자료인 것처럼 둔갑시켰다. 이러한 수법을 이른바 '유튜브 공장'을 만드는데 활용하거나 유료 강연을 통해 타인들에게 유튜브 성공 노하우처럼 알리려 했다.

리뷰엉이는 지난 2016년 데뷔 당시에는 영화 리뷰를 위주로 하다 SF 영화들을 리뷰한 이후 과학 이슈를 함께 다룬 유튜버다. 그는 "과거 국내 영화 유튜버들도 표절 유튜버들의 범람으로 많은 피해를 봤다"며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파괴하는 '카피캣'들을 결코 좌시해선 안된다"고 성토했다.
유튜버 '리뷰엉이'의 영상 썸네일(위)과 '우주고양이 김춘삼'의 영상 썸네일. 사진=리뷰엉이 영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유튜버 '리뷰엉이'의 영상 썸네일(위)과 '우주고양이 김춘삼'의 영상 썸네일. 사진=리뷰엉이 영상 캡처

AI를 활용한 표절 시비는 여러 콘텐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그림·일러스트 업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달리 2'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래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노블AI 이미지 제작기' 등이 출시됐다.

일러스트 업계에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고 김정기 화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해외 네티즌은 지난해 10월 고인이 된 김 화백의 혼을 디지털 세상에 남기겠다며 고인이 생전 남긴 그림들을 학습한 AI 작품을 공개했다. 유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김 화백의 AI 작품 공개는 표절 시비와 더불어 고인 모독 등 윤리적 논란도 일으켰다.

AI를 활용한 표절은 서비스가 고도화, 일상화될 수록 더욱 교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뷰엉이에 따르면 유튜브 코리아는 AI를 활용한 표절에 관해 "당사 저작권 정책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자 시스템상의 허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며 "사측은 현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즉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AI가 발명자로 기재된 특허에 관해 "AI가 발명한 특허를 출원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하는 등 법적, 행정적 판결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AI 서비스에 의한 표절 문제의 책임 소재를 개발사에 둘 지, 이용자에게 둘 것인지 에 대해 명확히 하는 등의 규제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에이치비앤파트너스(HB&Partners)의 대표를 맡고 있는 권혁범 변호사는 "표절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AI를 활용한 권리 침해 사례를 100% 방지하는 것은 어렵다"며 "AI 서비스 업자들은 약관 사전 안내 등을 통해 권리 침해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규제를 위한 구체적 법안을 명문화하는 것에 더해 AI 기술을 역으로 콘텐츠 보호, 불법 이용 방지를 이용할 수단도 강구해야한다"며 "당국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AI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서비스 운영자가 스스로 검열 시스템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등도 효율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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