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 “법적 불확실성 커졌지만 EU, 일본, 한국 등과 맺은 합의 곧바로 무너질 가능성 낮아”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기본 관세율을 10%에서 1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무역 합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각국이 보복 위험을 감안할 때 이미 체결된 합의를 당장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에 10%의 한시적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어 단 하루만에 이를 15%로 상향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이 조치는 의회 승인 없이 150일간만 유지할 수 있다.
◇ “합의 즉각 파기 가능성 낮다”…보복 카드 여전
앤드루 윌슨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차장은 최근 각국 정부와의 접촉 결과를 전하며 “최근 몇 달간 서명된 합의에서 당장 이탈하는 국가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의료제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법적 수단은 여전히 유효해, 이미 양보를 약속한 국가가 합의를 번복할 경우 추가 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니콜라스 쾰러-스즈키 자크 들로르 연구소 무역·경제안보 고문은 이를 “대체적 억지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EU가 미국과 체결한 이른바 ‘턴베리 합의’의 비준 연기를 논의하더라도 자동차 관세 재부과 위험이 전면적 도전을 제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인도·브라질은 ‘관망’…협상 지연 가능성
법적 혼선이 일부 국가에 협상 속도를 늦출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달 발표된 미국·인도 합의는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에서 18%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상황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프라틱 다타니 브리지 인디아 대표는 “이번 판결은 인도와 같은 교역 상대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최근 뉴델리 방문 중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브라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일부 농산물에 대해 철회한 바 있다.
◇ “미국 압박 수단은 유지”…안보 변수도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몽 에베네트 스위스 로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150일 이후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위협이 유지되는 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유럽에 대한 안보 지원을 조정할 가능성도 변수다. 유럽은 안보 문제를 고려해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합의에 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보복 위험에 민감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자동차 관세 재부과 가능성을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앨리 레니슨 영국 무역부 출신 SEC 뉴게이트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 방식이 재협상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워싱턴의 외교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단을 다양화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각국은 법적 공백을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려 하겠지만, 전략 산업과 안보 문제를 둘러싼 보복 위험이 기존 합의를 쉽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