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동시 가격 폭등, 반도체 부문 전년 대비 110% 이상 성장 분석
한국 반도체 수출도 8년 만에 대만 추월… 글로벌 시장 1조 1000억 달러 도전
한국 반도체 수출도 8년 만에 대만 추월… 글로벌 시장 1조 1000억 달러 도전
이미지 확대보기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해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매출을 달성하며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분석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면서 메모리 주도의 역대급 실적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D램, 30년 만의 초호황… 공급보다 빠른 수요
삼성전자 1위 복귀의 핵심 동력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D램 매출은 전년 대비 170% 늘고, 낸드 매출도 9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시스템LSI 부문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 증가율은 110%를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상승폭은 수치가 말해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55달러였던 서버용 64GB RDIMM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450달러로 76% 뛰었고, 오는 3월에는 7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사이에 가격이 세 배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올해 연말에는 1000달러 선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2018년 고점이었던 기가비트(Gb)당 1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 총괄 이원진 사장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에는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부족을 경고한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도 줄줄이 올라가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D램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8% 증가한 82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대 246조 원까지 가능하다는 강한 낙관론을 내놓았는데, 이는 삼성전자 역대 최고 영업이익(2022년 약 43조 원)의 다섯 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일부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시나리오라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 지표도 역대 최고치를 향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률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2018년 고점과 같은 수준이며,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도 75%에 달할 전망이다. 낸드 영업이익률도 50%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흐름을 "30년 만에 처음 보는 장기·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 사이클"로 평가했다.
엔비디아 넘는 방법… '반도체 기업' 기준의 재정의
디지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시장조사 기관들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47~49%를 비반도체 부문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올해 엔비디아의 반도체 관련 매출은 약 1550억 달러(약 224조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예상 매출 2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2011~2023년 1위를 번갈아 쥐었고 2024~2025년에는 엔비디아가 정상에 올랐던 구도에서, 2026년은 메모리 가격 폭등이 다시 판을 뒤집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이 기관의 분석이다.
한국 수출 102% 급증… 대만과의 격차 좁혀진다
이 같은 흐름은 나라 전체의 수출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1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205억4000만 달러(약 29조7500억 원)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2.7% 늘었다. 이달 들어 처음 열흘간 증가율은 137.6%로 더 가팔라졌다. 반면 대만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210억 달러(약 30조4100억 원)로 증가율은 61.3%에 그쳤다. 성장 속도에서 한국이 대만을 크게 앞서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한국 반도체 수출이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7~2018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대만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로도 전례 없는 크기가 예상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12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 1조 달러(약 1448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폭등을 반영하면 메모리 시장 규모만 5000억 달러(약 724조 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메모리 시장 2116억 달러(약 306조 원)와 비교하면 130% 이상 커지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이를 감안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가 1조1000억 달러(약 1593조 원)를 넘볼 수 있다고 봤다.
물론 경고음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기업들이 호황기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집중하면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제품 단가를 떨어뜨리는 자기파괴적 결과를 낳는다"며 "낙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주가는 반대로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디지타임스는 새로운 생산 설비의 실질적인 가동은 2027년 말은 돼야 가능하다며 당분간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 전까지 삼성전자가 누릴 수 있는 초호황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