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테슬라봇’을 선보인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이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로봇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을 개척할 의도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양산 상용 로봇을 지향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테슬라봇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뜻이고 테슬라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면서 테슬라뿐 아니라 전 세계 로봇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이름은 ‘아폴로’다.
◇인간과 유사한 체형의 본격 범용 휴머노이드
우선 아폴로는 키 170cm에 몸무게 73kg 정도로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인간과 유사한 체형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험한 일 또는 인간이 하는 일을 옆에서 도와줄 목적으로 아폴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로봇은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유압식 액추에이터'가 아니라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동식 액추에이터’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휴머노이드와 차이가 있다. 유압식에 비해 전동식 관절이 안전상 유리하다는 것이 앱트로닉의 설명이다.
앱트로닉에 따르면 4시간 정도 지속되는 배터리를 교체해 가면서 작동시키면 22시간 연속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앱트로닉에 애초에 구상한 방안은 아폴로를 작업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물류 관련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특히 구인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폴로가 물류 현장에 투입된다면 인간의 업무 처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물류 분야뿐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다목적’ 휴머노이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목표가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2016년 앱트로닉를 창업한 제프 카데나스 앱트로닉 최고경영자(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아폴로의 활약은 물류 분야에서 시작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일 가운데 인간이 꺼리는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는 범용 로봇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달 탐사는 물론 화성 유인 탐사 프로젝트에도 아폴로를 투입시키는 방안도 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데나스 CEO는 아폴로를 ‘로봇계의 아이폰’으로 키우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애플의 아이폰이 원래 이동 전화 수단으로 출발한 스마트폰을 컴퓨터를 대체하는 수준의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첨단 디지털 기기로 발전시킨 것처럼 아폴로도 인간이 그동안 해온 다양한 작업을 떠맡을 수 있는 로봇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얘기다.
◇2024년 말부터 양산 계획
본격적인 범용 휴머노이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역시 범용 휴머노이드에 속하는 테슬라봇을 내놓은 테슬라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아폴로의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가격은 미정이지만 앱트로닉에 따르면 자동차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가격 장벽 없이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테슬라도 애초에 지향한 목표다.
카데나스 CEO에 따르면 아폴로를 선보인 앱트로닉의 1단계 계획은 당초 알려진 대로 물류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아폴로를 알리는 일이다.
카데나스는 “내년 말께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2025년부터 물류산업을 시작으로 아폴로가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산업에서 충분히 노하우를 쌓은 뒤 새로운 세대의 아폴로를 계속 개발해 건설 현장, 전자제품 생산라인, 소매 매장, 음식 배달업,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간다는 것이 앱트로닉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