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가 일본의 중견급 콘텐츠 기업 비주얼 아츠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27일 밝혔다. 비주얼 아츠는 '클라나드'와 같은 고전 유명 IP를 보유한 키(KEY), '헤븐 번즈 레드' 등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라이트 플라이어 스튜디오(WFS)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주얼 아츠를 1991년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온 바바 타카히로 대표는 이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과 회사의 매각을 두고 논의한 결과 텐센트와 거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텐센트는 비주얼 아츠 지분 전량을 인수할 예정이며, 거래대금 규모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바바 대표는 "올해로 63세에 이른 만큼 은퇴를 앞두고 있으나 직원이 채 70명이 안되는 회사에 후계자조차 없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했다"며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IP를 창조할 모회사가 어디일지 이사진과 심도있게 고민한 끝에 텐센트의 손을 잡게됐다"고 덧붙였다.
비주얼 아츠를 대표하는 브랜드 '키'는 1999년 '카논', 200년 '에어', 2004년 '클라나드', 2007년 '리틀 버스터즈' 등 비주얼 노벨 장르 게임으로 지속적인 히트를 기록해왔다. 해당 IP들은 모두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일본은 물론 글로벌 지역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최근에는 키의 시나리오 라이터로 이름을 높인 마에다 준이 참가한 모바일 게임 '헤븐 번즈 레드'로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에 관해 바바 대표는 "마에다 이사가 정말 잘해왔다"며 "WFS의 야나기 하라 사장, 카키누마 프로듀서, 시모다 개발 총괄까지, 앞으로 '헤븐 번즈 레드' 이상의 성공을 거두리라 확신한다"고 호평했다.
텐센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 유서 깊은 서브컬처 IP를 대거 확보하게 됐다. 사측은 최근 몇해 동안 '백야극광', '백형회랑' 등 중국 서브컬처 게임은 물론 국산 서브컬처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까지 퍼블리싱 하며 서브컬처 IP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에는 일본의 미디어 그룹 카도카와의 지분 6.86%를 30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3090억원)에 인수했다. 올 4월에는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등 서브컬처 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국의 쿠로 게임즈 지분 14.3%를 취득했다.
바바 대표 역시 텐센트와 계약하는 데 있어 서브컬처에 대한 관심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와 관련해 "회의 과정에서 니케의 엉덩이를 더욱 흔들리게 하는 데 돈을 투자하자는 말도 나왔다"는 농담에 가까운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번 인수 이후에도 비주얼 아츠는 일본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되며, 대표는 아마구모 겐주 이사가 이어받는다. 아마구모 신임 대표는 '오카노 토야'라는 필명으로 회사의 시나리오 디렉터로 근무하며 '에어', '클라나드' 등에 공동 필자로 참여했다.
바바 대표는 은퇴 후 고문으로 남아 회사의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경영 관련 자문보다는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보다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대표가 팬들을 안심시킬만한 새로운 비주얼 노블,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을 선보일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