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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판 '그리핀 사건'…전투 명가 기블리, 부당 계약·급여 체불 논란

'애더' 정지훈 "2년간 대회 상금 정산 미뤄졌다" 폭로
업계 내 만연했던 급여 지급 지연…"터질 게 터졌다"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5-16 18:35

'애더' 정지훈 선수가 과거 기블리e스포츠 소속 시절 찍은 프로필 사진. 사진=기블리e스포츠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애더' 정지훈 선수가 과거 기블리e스포츠 소속 시절 찍은 프로필 사진. 사진=기블리e스포츠 인스타그램
국내 대표 e스포츠 종목으로 꼽히는 '펍지: 배틀그라운드(배그)' 유명 프로게이머가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대회 상금 등 급여를 정산받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의원실 입장문을 통해 "배그 종목의 '애더' 정지훈 선수가 전 소속팀 기블리(GHIBLI)e스포츠로부터 2021년 국내외 대회에서 거둔 1만131달러(약 1355만원)대 상금을 2년 가까이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애더 선수는 올 3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배그 종목사 크래프톤이 기블리 측에 이미 정산해준 상금을 구단 측은 2년 넘게 '이번 달 내로 주겠다'는 말로 미루어왔다"며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요구를 해왔으나 구단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답장을 무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기블리는 2019년 말 창단된 이래 '배그' 종목에서 공격적인 교전 위주의 운영으로 '전투 명가'란 평을 받아온 구단이다. 애더 선수는 2021년 4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기블리 소속으로 활동하며 2021년 아프리카TV 가을 시즌과 한일교류전 우승,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PCS) 아시아 준우승 등에 일조했다.

애더 선수는 이에 관해 "나 뿐 아니라 당시 팀원 네 명 모두 정산을 못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더 선수는 당시 팀 동료 '스피어' 이동수, '렌바' 서재영 등과 함께 젠지e스포츠로 팀을 옮겼으며 현재는 펜타그램에 소속돼 있다.

이상헌 의원실 측에 따르면 기블리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계약서 상 문제가 없는 일이며, 선수와는 원만히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의원실 측은 "계약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상금 지급 시기와 방식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등 선수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성됐다"고 평했다.
의원실 측은 또 소속 보좌관이 과거 건의했던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2019년 e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불공정 계약이 4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성토했다. 이는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판을 뒤흔든 '그리핀 사건'에 이번 일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기블리e스포츠의 2021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참가 안내 영상 중. 사진=펍지 e스포츠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기블리e스포츠의 2021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참가 안내 영상 중. 사진=펍지 e스포츠 공식 유튜브

그리핀 사건은 2019년 폭로된 사건으로, LOL 프로게임단 그리핀의 대표 C(가칭)가 소속 선수 '카나비' 서진혁을 위협, 중국의 징동 게이밍(JDG, 현 징동 인텔)에 리그에서 규정한 최장 계약기간인 3년을 넘어 5년 길이의 계약을 체결하려 했다는 의혹을 일컫는다.

해당 사건은 하태경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C 대표 등 관계자들은 회사에서 사임하고 리그 차원의 징계를 받는 한 편, 카나비 선수는 JDG와 다시 협상해 리그 규정 준수 하에 정상적으로 계약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이후 이동섭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됐다.

한 e스포츠 업계인은 애더 선수의 폭로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애초에 표준 계약서법은 법적 구속력이 없이 '권장'하는 법"이라며 "e스포츠 팀 쪽에서 재정 문제로 월급이 밀리고, 직원과 선수들의 파업까지 번지는 일도 있었으나 외부로 표출되지만 않았을 뿐"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그리핀 외에도 LOL, 배그 등 종목에서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해오던 MVP가 재정난으로 인한 임금 체불 등을 겪던 끝에 2020년 말 해체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배그 선수들 중 스피어 선수는 MVP 소속으로도 뛰었던 선수다.

이 의원실 측은 기블리 건에 있어 종목사 크래프톤 또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매년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구단에 지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 게임단에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을 경우 지원 중단·공정위원회 제소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래프톤 측은 이에 관해 "상금 계약 조항은 구단과 선수 합의를 통해 정해진다"며 선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관련 이슈를 인지한 후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중재를 시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사는 앞으로도 양측과 지속 논의하며 원만한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또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계약 내용, 실제 이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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