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올 1분기 침체기를 겪었다. 상당수 업체들이 매출 혹은 영업이익 면에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넥슨과 그라비티는 기존작 흥행과 신작 효과로 매출·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올 1분기 공시된 실적 기준 매출 상위 10대 게임사의 성과 총합은 매출 4조1064억원에 영업이익 9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0대 게임사(올해 대비 그라비티 제외, 펄어비스 포함)의 매출 4조1806억원 대비 1.8%, 영업이익 1조530억원 대비 13.9% 줄었다.
특히 3N 중 넷마블과 엔씨소프트(NC),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는 매출과 영업손익 모두 전년 동분기 대비 하락했다. 매출 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컴투스는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으며, 영업이익 면에서 호전된 더블유게임즈는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넥슨과 그라비티 외에도 NHN이 1분기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1분기 게임 사업 부문 매출은 1170억원으로 전년 동분기 1088억원 대비 7.6% 증가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NHN의 순위를 재조정하면 3위에서 9위로 옮겨진다.
펄어비스는 1분기 매출 858억원(-6.1%, 이하 전년 동분기 대비 변화율)에 영업이익 11억원(-78.8%)으로 지난해 1분기 기준 9위에서 올 1분기 기준 11위에 자리잡았다.
12위는 매출 685억원(-10.3%)·영업이익 13억원(-88.4%)의 네오위즈였으며 매출 521억원(+172.3%)·영업이익 127억원(흑자전환)의 넥슨게임즈, 매출 503억원(-17.7%)·영업손실 50억원(적자전환)의 데브시스터즈가 그 뒤를 따랐다.
실적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게임사들은 대체로 기존 IP들의 성과가 밑바탕이 됐다.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던파)'가 이끈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7%, 지난해 4분기 월드컵 특수로 역주행한 '피파 온라인'의 지속적인 매출 호조로 국내 매출 역시 35.6% 증가했다.
크래프톤은 '펍지: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의 예상 이상의 흥행에 힘입어 5000억원대 초반의 매출, 20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증권가 추산을 뛰어넘었다. 그라비티는 지난해 9월 대만·홍콩·마카오에 출시한 '라그나로크 오리진', 올 1월 국내에 출시한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이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신작 호재가 있는 기업은 올 3, 4월 '모바일 MMORPG 3파전'을 벌인 넥슨과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로 압축된다.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최고 2위, 넥슨은 최고 5위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는 5월 들어 매출 1위에 올랐다.
넷마블은 올 초 중국 정부서 출판심사번호(판호)를 발급 받은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등의 현지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 웹툰 원작 수집형 RPG '신의 탑:새로운 세계'의 공식 이미지를 공개했다. 게임 출시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반등 포인트는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컴투스 또한 차기작 '제노니아: 크로노 브레이크'를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나 역시 정확한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C는 당초 올 상반기를 출시 목표 시점으로 뒀던 차기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출시 목표 시점을 하반기로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의 이효진 연구원은 "2023년은 그간 코로나로 계속돼 온 신작 공백기가 끝나고 기존 게임의 지위가 신작으로 바뀌는 세대 교체기가 될 것"이라며 "3분기 이후 글로벌 타깃 신작 출시가 본격화되면 게임업계의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