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엔데믹으로 여행특수가 되살아나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도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르면 일주일 안에 입점 업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종 심사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 사업권이 달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가 오는 26일에서 27일 사이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틀간 진행되는 관세청 특허 심사에서 업체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관세청은 보통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당일 결과를 발표해왔다.
면세업계는 최종 사업자 선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심사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면세점이 조기에 탈락하고 신라면세점이 두 곳의 사업권을 가져갈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국내 면세업계 순위변동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5조3500억원, 호텔신라는 4조3500억원이었다. 그간 국내 면세업계 실적이 꾸준히 악화되면서 업계 1위인 롯데와 2위인 신라의 매출액 차이는 1조원까지 좁혀졌다. 판데믹 기간 억눌렸던 여행특수가 되살아나 공항 면세점 매출로 이어진다면 차이가 더욱 좁혀지거나 순위가 역전될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판데믹 이전인 2019년 약 3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이런 가능성을 ‘섣부른 예측’으로 일축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채 되지 않는 만큼 업계 2위와의 격차가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공항 면세점에 투자할 재원으로 시내면세점과 온라인면세점을 강화할 예정이며, 시장이 다시 단체 관광객 위주로 돌아오면 매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 최정상급 공항으로, 대부분의 국제선 여객기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이전엔 연간 7000만명이 넘는 승객이 이용했을 정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하늘길에서 마주하는 첫 관문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인 만큼 입점만으로도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국제공항 입점 여부는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인천공항 등 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이 있을 경우 시내면세점 브랜드 유치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따이궁’의 리셀 문제 등으로 최근 국내 면세점에서 최고가 명품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라며 “럭셔리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은 브랜드와의 협상력은 물론 고객들의 구매력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업계는 탄탄한 사업제안서는 물론 사실상 입찰 결과를 가를 ‘임대료’에도 통큰 베팅을 걸었다. 올해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은 임대료를 이용객 연동 방식으로 산정하는데 신라는 1인당 최대 9163원,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제시했다. CDFG는 7833원, 롯데면세점은 7224원을 써내면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DF1~4구역은 신라와 신세계가, DF5구역은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이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 사업자당 사업권을 최대 두 곳까지 확보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DF1~4구역을 신라와 신세계가 나눠 갖고 DF5구역이 현대백화점의 몫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