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 펀드 PIF(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를 통해 글로벌 게임업계에 총 380억달러(약 50조원)를 투자한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자체 게임역량 확보, e스포츠 사업화 등을 통해 '게임 허브'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시각 3일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PIF 산하 핵심 개발 자회사 새비 게임 그룹(SGG)는 "다방면으로 진행한 투자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시작할 기틀을 다졌다"며 "향후 우리는 개발, 퍼블리셔를 통해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한편 e스포츠 비즈니스 운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인자이자 실질적인 정부 수반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펀드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세계 각국 게임사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 대표 게임사 닌텐도 지분 8.26%를 보유한 것은 물론 캡콤과 스퀘어에닉스,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일렉트로닉 아츠(EA)·테이크투 인터랙티브(T2) 등에도 각각 1조원 전후의 투자를 집행했다.
SGG 측은 이에 관해 지난해 9월 미국 벤처비트가 개최한 '게임비트 서밋'에 참여해 "우리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총 1420억리얄, 미화 기준 38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게임사 지분 투자와 더불어 대형 퍼블리셔사 인수를 위해 133억달러(약 17조원)까지 활용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넥슨과 엔씨소프트(NC)가 PIF로부터 약 1조원 수준의 투자를 받았으며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인 펀드 미스트 파운데이션이 일본 게임사로 작년까지 코스닥에 상장돼있던 SNK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11월 한국에 방문한 무함마드 왕세자가 체결한 26종의 양해각서(MOU) 중에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 시프트업과의 파트너십이 포함됐다.
SGG는 과거 EA와 액티비전 등에서 근무했던 브라이언 와드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GDC(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해 세계 거의 모든 게임 퍼블리셔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퍼블리셔 역량과 더불어 모바일 게임부터 시작, AAA급 콘솔 게임 개발 역량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스포츠 분야에서 PIF는 지난해 1월 15억달러(약 2조원)을 투자해 독일의 ESL(e스포츠 리그)과 협력사인 영국의 페이스잇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ESL은 인텔의 후원을 받는 세계적 e스포츠 대회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의 운영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PIF는 게임계에 투자하기 전에는 프로 스포츠 쪽에도 투자한 만큼 이러한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PIF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최근에는 ESL의 명의로 미국 소재 e스포츠 데이터 기업 빈덱스(Vindex)를 인수하기도 했다.
서구권에선 사우디의 게임계 진출을 두고 정부 특유의 페쇄적, 차별적 관행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SGG 측은 "당사는 이미 여성과 성소수자들을 경영진에 받아들였다"며 "성적지향은 물론 유대인 등 인종적 문제로 임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브라이언 와드 SGG 대표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오는 2030년까지 자국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며 "당사는 이러한 목적 성취에 앞장서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 게임사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