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언론은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판매했던 디젤 등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디젤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15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젤은 농업, 건설, 난방, 운송 등의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디젤 가격이 오르면 이들 분야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것이 전반적으로 물가를 압박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디젤 등 정제 유류 제품에 대한 제재가 원유에 대한 제재보다 러시아 경제에 줄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그 여파로 국제 사회에서 디젤 가격이 크게 치솟아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EU는 러시아산 정제 유류 제품 최대 수입국이었다. EU는 내달 5일부터는 하루 60만 배럴의 디젤을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 EU는 미국이나 인도에서 디젤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지역에 대한 디젤 수출을 늘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인도에서 이를 디젤 등으로 정제한 뒤 유럽 국가에 디젤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EU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인도 등의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와 다른 나라 산 원유를 혼합해 디젤 등을 만들어내 판매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면 이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양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국제 사회에서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또는 디젤 등의 원산지를 속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미국과 EU 27개 회원국, 호주 등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이후인 올해 초 러시아 석유 생산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러시아 석유 생산량은 하루 1090만 배럴로, 지난해 12월 같은 기간보다 0.1% 증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기간에 러시아 원유 수출량과 석유 정제품 물량은 각각 1.2%, 1.4%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러시아 석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5억 3500만t에 달했다. 이는 곧 이런 제재가 아직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EU, 호주는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글로벌 원유 보험·운송 관련 주요 기업들이 주로 G7에 있어 러시아가 배럴 당 60달러 이상으로 원유를 판매하기 어렵다. 참여국들은 향후 가격 상한을 2개월 단위로 재검토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