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가 이동통신사 중국연통(China Unicom), 이른바 '유니콤'과 조인트 벤처(합작 투자 법인)를 설립한다. 중국 대표 민영 빅테크가 정부 통제에 적극 앞장서는 국영 통신사와 협업함에 따라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판데일리, 차이나데일리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최근 텐센트와 유니콤 간의 조인트 벤처 설립을 허가했다. 양사가 소유할 조인트 벤처의 핵심 사업 분야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에지 컴퓨팅다. 유니콤이 47%의 지분을 소유한 1대 주주가 되며 텐센트의 지분은 42%다.
유니콤은 중국이동통신(China Mobile) 등과 더불어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 이통사다. 지난 2017년 6월 중국 정부가 국내외 개인·단체를 감시하는 '국가 정보법'을 발효한 후 정부의 정보 공작·감시에 적극 앞장서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번 투자 건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가 지난달 22일 마무리된 후, 관리총국이 처음 공개한 사업 투자 허가 목록에 포함됐다. 전당대회에서 IT 업계에 강경 규제를 이어오던 시진핑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만큼, 이번 사업 허가는 빅테크를 향한 정부의 의중을 알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외신들은 이번 협력 이후 중국 정부가 텐센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 이른바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텐센트의 '위챗'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매체 남화조보는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은 텐센트가 그간 정부의 반독점 규제로 투자 활동이 막혀온 것에 따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텐센트는 올 초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총 450만위안(약 9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지난해에는 개인방송 플랫폼 후야(虎牙)와 도위(斗鱼)를 합병하려는 시도가 정부 금지로 무산됐다.
IT 전문지 테크 크런치는 "중국의 민간 기술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압박에 굴한 사례는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며 "텐센트 또한 '셧다운제'에 적극 참여하는 등 정부 규제에 앞장서 행동해왔음을 고려하면 이번 합작 법인은 놀라울 것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완디엔(Latepost)이 올 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마화텅 텐센트 대표는 지난해 연말 사내 연설 중 "텐센트는 정부 입장에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평범한 회사"라며 "어떠한 선도 넘지 말고 정부의 조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텐센트 지분 28.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디어 기업 내스퍼스가 중국 국영 금융사 중신(CITIC) 그룹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내스퍼스 측은 지난 1일 "텐센트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