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 유행에 발맞춰 컴퓨터 기술로 제작한 '가상인간'이 주목받고 있다. LG와 롯데 등 대기업들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게임계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여러 IT 기업들이 디지털 휴먼·메타 휴먼·버추얼 휴먼 등 다양한 이름을 내세워 가상인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온마인드는 카카오그룹 계열사 넵튠 산하에서 버추얼 휴먼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SKT) '에이닷TV' 영상 광고에서 아이돌 가수 장원영과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가상인간 '나수아'를 지난 2020년 5월부터 운영 중인 업체이기도 하다.
넵튠이 온마인드를 자회사로 인수한 시점은 나수아가 데뷔한 후, 2020년 11월이다.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상민 사업전략 디렉터는 "넵튠은 온마인드의 버추얼 휴먼 제작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해준 파트너"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 6월 메타버스 프로젝트 '컬러버스'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첫 타자는 넵튠 산하 컬러버스가 개발한 3D 아바타 기반 플랫폼 '퍼피레드'로 올 8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상민 디렉터는 "넵튠은 버추얼 휴먼이 활동할 영토인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라고 설명했다.
온마인드는 지난해 11월 SK스퀘어서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SKT와 온마인드의 협업으로 제작돼 올 9월 26일 공개된 '에이닷TV' 영상 광고는 최근 유튜브서 1000만 조회수를 넘겼고 네티즌들은 "현실적이고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은 가상인간이 출연했다"는 호평을 남겼다.
이상민 디렉터는 "온마인드의 버추얼 휴먼과 SK의 미디어 플랫폼·ICT 분야 간 협업을 통해 양측의 가치 향상·성장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후 SKT의 AI(인공지능) 음성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나수아의 목소리를 만드는 등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8월 열린 서울 팝 컬처 컨벤션(서울팝콘)에선 온마인드의 2번째 가상인간 '하나리'가 데뷔했다. 이상민 디렉터는 "하나리는 유니티 엔진을 바탕으로 전신 3D 모델링으로 구현된 가상인간"이라며 "트위치·유튜브 등 실시간 방송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리는 음성과 모션 캡처 대상을 맡을 전담 연기자를 둔 일종의 '버추얼 유튜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 디렉터는 "최근 아프리카TV에서도 '버추얼 유튜버' 아이돌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추얼 유튜버가 지금보다 더욱 본격화되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가상인간들은 광고 출연·음원 출시 등을 통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메타버스와 음악 예능의 결합'을 내세운 TV 종합편성채널들의 프로그램 '아바타 싱어'나 '아바드림' 등이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음에 따라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는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이 디렉터는 버추얼 휴먼이 성공할 조건으로 존재성과 관계성을 강조했다. 그는 "존재성 측면에서 사실적이지 못하고 다소 어색함을 불러일으킨 그래픽, 관계성 측면에서 실제 연예인들이 호감을 얻는데 필수적인 '팬들과의 적극적 소통'이란 면에서 부족했기에 비판적 시선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의 성공 사례로 이 디렉터는 올 5월 27일 런던에서 열린 '아바(ABBA)' 홀로그램 콘서트를 제시했다. 그는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ABBA 멤버들의 과거 젊은 시절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성공사례"라며 "기술 고도화에 따라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인간 사업의 기반 기술로는 △시각특수효과(VFX) 합성 △AI 기반 얼굴합성 '딥페이크' △실시간 엔진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영상 제작, 나아가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서의 라이브 활동을 위해선 실시간 엔진 기술이 필수"라며 "온마인드 역시 3개 기술 모두를 보유 중이나 특히 실시간 엔진 기술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마인드의 장기적 비전은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가상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디렉터는 "통신·가상 증강현실(AR·VR) 기술이 발달하면 메타버스 사업과 버추얼 휴먼에 대한 수요 역시 더욱 확장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는 물론, SKT 등 여러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디렉터는 "궁극적으로는 버추얼 휴먼 기술과 AI 기술이 결합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가상인간이 나타날 것"이라며 "버추얼 휴먼 서비스를 개인화·보급화해 누구나 자신만의 '가상인간'을 갖게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