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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원 메타버스 음악쇼 시청률 0.8%…갈 길 먼 '버추얼 기술'

종편 예능 '아바타싱어' 혹평…"90년대보다 못하다"
'MZ세대는 메타버스에 관심 많다'는 선입견 버려야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9-13 18:20

'아바타싱어'에서 연출된 장면. 사진=MBN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아바타싱어'에서 연출된 장면. 사진=MBN 유튜브
가상인간·버추얼 유튜버 등으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TV 예능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 받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나 투자한 만큼 실질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합편성채널 MBN은 지난달 말 음악 예능 '아바타싱어'를 론칭했다. AR(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한 10종의 '아바타'를 내세운 가수들이 경연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당 프로그램은 영국의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 등 외신들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JTBC는 올 6월부터 공연 문화 예능 '뉴페스타'를 선보였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제이페스타'를 동시에 전개한다는 컨셉을 갖춘 이 프로그램에는 네이버의 가상인간 '이솔(SORI)'이 고정 출연했다. 또 8월부터는 '러브인'이라는 아바타 소개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이 진행한 '메타버스 엔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뉴페스타의 시청률은 최고 1.6%, 최저 0.6%로 일일 시청률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고 지난달 중순 11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아바타싱어' 또한 마찬가지다. 총 15부작으로 기획된 해당 프로그램은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회 시청률 1.4%로 출발, 2회 만에 시청률이 0.8%로 떨어졌다.

특히 시청자들은 '아바타싱어'의 진행 방법이 MBC '복면가왕'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 아바타들의 그래픽 퀄리티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로 비판하고 있다. 데뷔 1년차를 맞은 국내 가상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등 최근 유행하는 버추얼 유튜버들은 물론, 일각에선 1990년대 유행한 '사이버가수 아담', 사이버 캐릭터 '꽁실이' 등과 비교해도 나을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왼쪽부터 아바타싱어 속 아바타 '란', 문화방송(현 MBC) 사이버 캐릭터 '꽁실이', 이세계아이돌 멤버 '징버거'.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아바타싱어 속 아바타 '란', 문화방송(현 MBC) 사이버 캐릭터 '꽁실이', 이세계아이돌 멤버 '징버거'. 사진=각 사

한 네티즌은 이러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을 두고 "기획 단계에 얼마나 많은 'MZ세대'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쓰인거냐"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 마케팅 과정에서 반복된 'MZ세대를 타깃팅한 메타버스'라는 메세지에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는 메세지가 유행한 이유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10대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로블록스'가 국내 메타버스 유행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지난 8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162만명을 기록,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장동선 궁금한 뇌 연구소 대표는 "아이들이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한 기술'에 현혹됐다고 보는 것은 로블록스 유행을 잘못 이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블록스 유행의 핵심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며 자기 효능감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준 10·20대 게이머 중 가상현실 게임을 경험한 이용자의 비율은 3.6%에 그쳤다. 이는 30대의 5.8%, 40대의 6.6%에 못미친 수치였으며 오히려 50대의 3.0%와 더욱 가까운 수치였다. 이는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실제로는 '메타버스'에 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연이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의 실패가 자칫 메타버스 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선 네이버·카카오 등 IT 대기업과 대형 게임사들은 물론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등 중소형 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들에게 필요한 관심이나 투자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픽·AI 음성 등 기술적인 면을 완성해 나가며 차근차근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해온 업체들에게 최근의 악재는 '날벼락'이 될 수 있다"며 "메타버스를 단기간에 효과를 볼 마케팅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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