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반독점 규제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독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가'에 대해 MS와 게임업계에서 경쟁하는 업체들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EU 규제 당국은 약 100여 개 질문이 포함된 설문지를 △게임 개발사 △퍼블리셔사 △배급사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제공사 △PC 멀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사 등에게 송부, 오는 10일까지 공식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당국은 이번 설문을 통해 액티비전의 유명 1인칭 슈팅(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관해 "MS가 라이벌 업체들이 '콜 오브 듀티' 등을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시도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또 이번 인수가 마무리된 후 MS의 엑스박스(Xbox) 콘솔, 이와 연동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게임 패스'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관련 서비스 △아마존 '루나' △메타 '페이스북 게이밍'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등 라이벌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대해 물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액티비전과 PC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영국의 모바일 게임사 킹 등을 산하에 둔 미국 최대 게임 개발사다. MS는 지난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6조원)에 인수,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거대 게임사를 인수하는 건인 만큼, 이번 거래는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MS는 특히 콘솔게임 라이벌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와 수 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앞서 브라질 경제 방위 관리 위원회(CADE)는 지난 8월, EU 규제당국과 유사한 설문을 진행했다. 이에 소니IE는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슈팅 게임 IP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중요 IP"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CADE에 제출했다.
MS는 즉각 '콜 오브 듀티'가 독점과 무관하다는 점과 더불어 소니가 Xbox 게임 패스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서비스 차단 권한' 계약 등의 '꼼수'를 부린 정황이 있다"고 반박했다. CADE는 이후 2개월에 걸친 검증 끝에 지난 6일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허가했다.
이후로도 소니가 지난 8월 25일 '플레이스테이션 5' 가격 인상을 공시하자 MS는 "Xbox X·S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필 스펜서 MS 게임 사업부 대표가 "소니와 '콜 오브 듀티'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인터뷰하자 짐 라이언 소니IE 대표가 즉각 "MS가 '콜 오브 듀티' 계약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했다"고 반발했다.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모두 주주총회를 통해 이번 인수를 진행할 것을 결의했다. MS 측은 회계연도 2023년(2022년 7월~2023년 6월) 안에 이번 계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브라질 CADE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경쟁관리기구(GAC)가 지난 8월 이번 인수를 승인했다.
EU 규제 당국은 게임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을 마무리한 후 다음달 8일까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예비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후 4개월에 걸쳐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