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소셜 가상현실(VR) 게임으로 꼽히는 VR챗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안성 강화 업데이트 과정에서 MOD(이용자 창작 콘텐츠)들이 대거 차단됐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조직적인 보이콧에 나섰다.
VR챗 운영진은 지난 25일, 보안 프로그램 '이지 안티 치트(EAC)'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틀 만에 해당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EAC는 에픽 게임즈가 개발한 무료 소프트웨어로 '포트나이트', '폴 가이즈' 등 같은 회사의 게임들은 물론, '로스트아크', '에이펙스 레전드' 스팀판 등 여러 게임사들이 보안 프로그램으로 활용 중이다.
문제는 EAC의 도입으로 인해 VR챗의 MOD들이 예외 없이 모두 부정이용 행위로 간주돼 차단당했다는 것이다. VR챗은 당초 오픈소스 게임 형태로 운영돼온 만큼 이용자들의 MOD 이용이 크게 활성화됐었고 이들 중에는 '휴대용 거울', '누워서 플레이하기' 등 이용자 대부분이 활용하는 MOD도 포함됐다.
운영진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공지를 통해 "EAC가 이러한 편의성 모드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허용된 모드들의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는 따로 없으며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편의 기능들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R챗은 동명의 미국 스타트업에서 지난 2017년 출시한 VR 소셜 게임으로, 다운로드는 무료로 가능하며 월정액제 구독 서비스가 포함돼있다. 오픈 월드 공간 속에서 아바타를 내세워 타 이용자와 음성 채팅을 나눌 수 있어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분류된다.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월드·아바타·아이템 등을 제작, 타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VR챗 운영진의 업데이트 발표 직후 스팀 페이지에 부정적 리뷰를 남기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27일 기준 이틀만에 1만4000여명의 이용자가 이러한 집단 행동에 참가했는데, 이는 스팀 VR챗 최다 동시 접속자 수인 4만2000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평소 'VR챗'을 종종 이용한다고 밝힌 업계 관계자는 "편의성을 위한 MOD들이 통보식 업데이트 한 번에 죄다 날아갔다"며 "정작 아바타 베끼기 등 심각한 부정 행위는 여전히 막지 못한 와중에 편의성만 악화됐으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VR챗 운영진은 SNS나 공식 사이트 등 어느 곳에서도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