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대해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빅테크 기업이 있다면 '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일 것이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서 현재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메타는 자사의 주력 산업인 SNS와 VR 하드웨어 전문 개발사 '오큘러스'를 앞세워 메타버스 산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메타가 보유한 메타버스는 최소 8300만명에서 최대 2억명까지 이용하는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포트나이트 등 '메타버스 빅3'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이용자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오큘러스VR 플랫폼서 서비스 중인 '호라이즌 월드'는 지난해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MAU) 30만명을 기록했다.
VR기능을 지원하는 소셜 플랫폼 중 가장 높은 MAU를 보유한 것은 지난해 기준 약 1000만명을 기록한 3D 아바타 기반 소셜 데이팅 앱 '아바킨 라이프'로 알려져 있다. 아바킨 라이프 개발사 락우드는 지난 2020년 텐센트 등으로부터 2500만달러(약323억원)을 투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텐츠 공유 기능이 없는 호라이즌 월드·아바킨 라이프와 달리 동명의 미국 스타트업이 운영 중인 'VR챗'은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한 월드·아바타·아이템 등을 공유할 수 있다. 111만 유튜버 'OutFoxedGaming' 등 VR챗 전문 인플루언서들을 필두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최다 동시 접속자는 약 4만명으로 실질 이용자 수는 적다.
VR시장은 빅테크들의 참전으로 더욱 거센 경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메타와 대만의 HTC 외에도 '스팀 VR'을 보유한 밸브 코퍼레이션,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앞세운 소니, '홀로렌즈'를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며 애플·구글·삼성 등도 VR 하드웨어시장 진입을 엿보고 있다.
메타는 VR시장 외에도 '웹 3.0'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웹 3.0이란 이용자 참여가 가능한 인터넷을 뜻하는 '웹 2.0'을 넘어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분산화·지능화된 인터넷을 일컫는 말로, 블록체인 기반 경제구조가 적용된 메타버스는 웹 3.0 시대를 대표할 서비스 유형으로 꼽힌다.
암호화폐 연구 프로젝트 '디엠'을 지난 2019년 발족, 3년간 블록체인 분야를 연구해온 메타는 올 1월 해당 프로젝트를 매각하며 손을 떼는 듯 했으나 5월 들어 전자상거래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암호화폐까지 아우르는 '메타 페이'로 리뉴얼한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블록체인 분야 투자를 이어갔다.
블록체인 업체들이 직접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 이더리움(ETH)을 메인넷으로 둔 블록체인 '디센트럴 랜드(MANA)'와 '더 샌드박스(SAND)' 등이 대표적인 예시로, 두 플랫폼 모두 지난해 기준 MAU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IT컨설팅사 픽셀플렉스는 "블록체인은 해킹이나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가상 경제구조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중앙의 제어를 받지 않고 모든 이용자에게 권리를 분산하는 형태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엮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투자 분석사 머드렉스의 에둘 파텔 대표는 "블록체인이 메타버스의 결제 수단으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투자 키워드로 과도하게 주목 받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기술적 실험 단계에 가까운 만큼,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