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은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의식주 품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백화점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 4사가 여름 정기세일에 돌입하자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오늘부터 여름 정기세일을 시작한다고 해서 이불이랑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백화점에 왔어요."
24일 오전 10시 50분, 정기세일을 시작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는 식품관을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평일 오전인 데다가 개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건강식품 매장에서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와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향수 매장에서 향수 제품을 시향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선글라스, 주얼리 등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고객 맞을 준비를 하기 위해 분주하면서도 일찍이 방문한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점심시간이 지나자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평시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쇼핑 인파가 몰린다고 하지만 화장품, 식품관, 식당가 등 코너 사이의 복도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직원은 "오늘 정기세일 첫날이라 그런지 고객들이 주말에 방문하는 수준만큼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반면 평소 열었던 정기세일 치고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소리도 있었다. 40년 가까이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다는 A씨는 "보통 정기세일 첫날에 사람이 가장 많은데 오늘은 이전 정기세일 때처럼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세일에 지갑을 여는 시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식품관 가운데에 자리한 '와인&리커 페스타' 행사장이었다. 이번 정기세일의 일환으로 마련된 해당 행사장은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라셀라, 금양, 국순당 등 7개의 와인 수입업체가 참여한 행사장에는 종류의 가짓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Y씨(70대)는 "와인은 주로 세일할 때 많이 사는 데 오늘 마침 할인을 해서 6병을 샀다"면서 "평소보다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구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리커 페스타 행사 관계자는 "오늘 와인 단골고 객분들이 정기세일 행사에 대해 문의하고 직접 방문해서 제품을 사 가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반 고객분들도 평소보다 많이 방문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이 백화점 여름 정기세일 첫날인 만큼 백화점을 찾는 시민들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통 금요일 오후 시간을 기점으로 주말까지 백화점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영복 매장 직원은 "오후 시간대인 지금은 오히려 손님이 많이 없는 편"이라면서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 주말에도 고객들이 많이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 4사는 이날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엔데믹 전환 후 처음 맞는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선글라스, 수영복 등을 포함해 패션·리빙 등 다양한 상품을 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