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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위안화 결제' 도발, 달러 패권 흔들고 한국 에너지 안보 정조준

호르무즈 통행권-위안화 연계... 국제유가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 기록하며 에너지 인플레 비상
미군, 이란 '경제 생명줄' 하르그섬 군사시설 폭격... 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국내 수출 전선 '먹구름’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해 결제 대금을 중국 위안화로 지불할 때만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해 결제 대금을 중국 위안화로 지불할 때만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사진=연합뉴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을 담보로 '위안화 결제'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 질서에 거대한 균열을 예고했다.
14일(현지시각) 인도 NDTV와 CNN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중 대금을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선박에 한해 제한적으로 통행을 허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으로 이란 내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이란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고 중국과의 밀착을 가속화하려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페트로 달러' 흔드는 위안화 통행료... 글로벌 에너지 물류 20%가 인질


이란의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길목을 위안화 중심의 에너지 결제망으로 강제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글로벌 원유 거래는 미국 달러화 중심의 '페트로 달러' 체제로 유지되고 있으나, 이란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해 루블화와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러시아의 선례를 따르며 달러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에 가해진 이러한 지정학적 압박은 즉각적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우려가 확산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원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 역시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어, 전방위적인 에너지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톰 플레처 유엔(UN) 인도주의 업무 담당 사무차장은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이동이 멈추면 식량과 의약품, 비료 등 필수 물자의 가격이 급등해 전 세계적인 인도적 위기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미군의 하르그섬 정밀 폭격... '에너지 심장부' 타격에 정면충돌 위기


미국은 이란의 해상 봉쇄 시도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 중앙사령부(CENTCOM)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에너지 심장부' 하르그(Kharg) 섬의 군사시설을 대규모 정밀 폭격했다고 발표했다.

하르그 섬은 이란 본토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가 경제의 중추로, 이번 폭격은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직접 호위할 것"이라고 밝히며 해상 통행권을 물리력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주변국까지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맞불을 놔 중동 전체가 전면전의 기로에 섰다.

중동발 '에너지·반도체' 동시 타격... 한국 경제 구조적 취약성 노출


이번 사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 LNG 수입량의 약 3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물량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통행이 제한되거나 결제 수단이 변경될 경우 수입 비용 급증은 물론, 에너지 수급 자체가 끊기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가 상승이 국내 생산자 물가를 자극해 결국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반도체 공정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취약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출 전선에 심각한 하방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위안화 카드'가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분절화를 가속하고,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에게는 결제 시스템 전환과 물류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안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월가에서는 이번 갈등이 원유 가격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재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비축유 방출 등 단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위안화 결제 확산 등 금융 환경 변화에 대비한 정교한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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