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공부해온 나의 꿈이자 화두는 '사람을 어떻게 컴퓨터로 표현하고 재현할 수 있느냐'였다. 여러 사람과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디지털 휴먼'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목표다."
엔씨소프트(NC)가 16일 공개한 자체 인터뷰에서 이제희 서울대학교 교수가 자신이 NC의 최고연구책임자(CRO)를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이제희 교수는 지난달 6일 NC의 새로운 CRO로 선임됐다. 당시 NC는 "R&D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공지능(AI)와 디지털 휴먼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인적 지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게임계의 미래 기술로 이제희 신임 CRO는 '인터랙션'을 강조했다. 그는 "상호작용이란 의미에서 인터랙션은 게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나, 차세대 인터랙션은 단순히 화면 속의 상호작용을 넘어 현실과 상상이 결합하고 서로 교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휴먼은 그러한 인터랙션이 정점에 이른 형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휴먼'은 현재 산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다. 최근 음반을 발매한 싸이더스 스튜디오X 가상 인간 '오로지'가 대표적이며 LG전자·롯데 홈쇼핑·네이버·넷마블·스마일게이트·카카오게임즈 등 다양한 업체들이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휴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신임 CRO는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것은 한두가지 기술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딥러닝·컴퓨터 그래픽·음성 등 여러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며 "지난 몇 년 사이 디지털 휴먼에 필요한 기술이 크게 발전해 실제 인간과 소통·교감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NC가 만들어나갈 디지털 휴먼에 대해선 "드라마를 찍는 과정에서 배우의 역량이 뛰어날 수록 제작진의 비용과 노력은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게임과 캐릭터, 곧 디지털 휴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고도화된 디지털 휴먼은 모든 게임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고 비용과 노력을 절감하는 역할을 하는 미래 기술이자 핵심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년동안 게임계가 얼마나 사실적인 세계를 만드느냐에 집중했다면 향후 20년의 목표는 가상 환경 속 세계에 어떤 상상력을 덧붙이고 인터렉션을 만들어내느냐"라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하지 못한 '불확실성'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그것이 NC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를 뒤로 하고 게임계로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이 CRO는 "주변에도 의외라며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며 "게임은 앞으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콘텐츠이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며,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R&D를 총괄하는 임원으로서 NC에서 맡을 역할에 대해 이 CRO는 '선두 주자'와 '응원단장'을 제시했다. 그는 "딥러닝 등 AI기술은 컴퓨터 그래픽,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누가 먼저 도전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내가 NC의 변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R&D 부서는 다른 팀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상상력을 한 차원 높여주는 등 영감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며 "크게 도약하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말로 여유와 용기를 주는 것이 R&D를 총괄하는 자의 의무"라고 언급했다.
이제희 CRO는 인터뷰 말미에 "교수라는 자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 논문을 내는 단계에 그쳐 아쉬움이 있었다"며 "NC의 임원직은 그 다음 단계까지 도전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가는 것'이 CRO로서 나의 소원"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