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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엔터사업 진출 확대…'불쾌한 골짜기' 넘어서야

연예기획사 전속 계약·음원 출시로 엔터 시장 '정조준'
미국인 중 67% "가상 인플루언서, 주류 시장 근접해"
"마케팅 수단일 뿐" 반론도…"실제 인간 넘긴 힘들어"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4-13 04:05

왼쪽부터 싸이더스스튜디오X '오로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넷마블 '리나' 이미지.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싸이더스스튜디오X '오로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넷마블 '리나' 이미지. 사진=각 사
가상 인간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넘보고 있다. 연예 기획사와 손잡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는 음원 출시 등 직접적인 활동에 나섰다.

스마일게이트가 시각특수효과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과 협업한 가상 인간 '한유아'는 데뷔곡 'I Like That'을 12일 공개했다. 한유아는 지난 2월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으며 음원 제작 과정에서 CJ ENM과 그 자회사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와 협력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한유아' 외에도 1만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인간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LG전자의 '김래아'와 카카오 그룹 '수아'로, 이중 김래아는 역시 지난 1월 미스틱스토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자체 음원을 준비하고 있다.
'수아'를 운영하는 주체는 온마인드로, 카카오게임즈 관계사 넵튠은 지난 2020년 온마인드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넵튠은 지난달 31일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을 준비 중인 딥스튜디오에 약 81억원을 투자, 지분 20%를 확보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장 문턱을 넘보고 있다.

카카오 그룹 게임 사업부 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 산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가상 인간 '리나'는 지난달 연예기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리나 외에도 올해 안에 가상 인간 기술을 활용한 4인조 케이팝 버추얼 걸그룹이 데뷔할 예정이다.

가상 인간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도전한 사례는 이미 여러차례 있었다. 인스타그램서 300만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가상 인간 '릴 미켈라'는 2년 전부터 가수로 활동 중이며, 12만 팔로워로 국내 최다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인간 '오로지'는 지난 2월 사운드 리퍼블리카와 협업, 데뷔곡 'Who am I'를 선보이기도 했다.
SNS 통계 분석 업체 'IMF(Influencer Marketing Factory)'가 지난달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58%가 가상 인간의 SNS 계정을 팔로우 중이다.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주류 시장에 가까운가?"라는 질문에 29%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66.1%가 6점 이상을 매겼다.

'하츠네 미쿠' 홀로그램이 2020년 개최된 콘서트 '매지컬 미라이'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하츠네 미쿠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하츠네 미쿠' 홀로그램이 2020년 개최된 콘서트 '매지컬 미라이'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하츠네 미쿠 유튜브

미국 미디어 업체 오프비트의 크리스토퍼 트레버스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육성되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가상 인간은 이제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봐야한다"며 이러한 가상 인간들의 시초로 일본의 '하츠네 미쿠'를 지목했다.

하츠네 미쿠는 일본 IT 기업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2007년 출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의 모델 캐릭터다. 다양한 작곡가들이 미쿠를 가수로 활용한 악곡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고, 캐릭터가 광고 사업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 일본을 넘어 미국·유럽에서도 꾸준히 단독 콘서트 등 미디어 행사가 열리고 있다.

AI 기반 가상 인간들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향한 도전을 두고 '불쾌한 골짜기'가 장벽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대상에게 생리적 불쾌함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의미하며 외모뿐 아니라 3D 애니메이션, 음성, 전달하는 콘텐츠 등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롤링 스톤·킬 스크린 등 매체서 칼럼을 연재했던 웹 콘텐츠 메니저 조슈아 칼릭스토는 "하츠네 미쿠가 대중 음악계에서 완벽한 주류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불쾌한 골짜기'에서 찾을 수 있다"며 "홀로그램 영상과 음원 합성 기술로 만들어진 목소리 모두 많은 이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이 '손쉽게 활용 가능한 마케팅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긴 하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여전히 '신기한 시도'일 뿐"이라며 "기존 연예인은 물론, 실제 인간이 가상 캐릭터를 내걸고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사이버 가수 등에 비해서도 열세에 놓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IT 매체 MUO(Make use of)의 아유시 잘란 기자는 "가상 인간들의 급부상은 분명 흥미로운 현상이고 기술 발전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금방 사라질 유행은 아닐지라도, 실제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을 넘어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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