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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PIF' NC 2대 주주로…7년 전 경영권 분쟁 재현?

투자 목적 '단순 투자', 7년 전 넥슨처럼 돌변할 수도
PIF 보유 지분 9.26%, 김택진 NC 대표와 2.74%p 차이
'어제의 동지' 넷마블 지분 8.89%…"위험한 단계 아냐"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3-16 06:31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PIF이미지 확대보기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PIF
사우디아라비아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엔씨소프트(NC)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김택진 NC 대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지분을 확보한지라 업계 일각에선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PIF는 지난 1월 말 NC 지분 5.4%를 확보, 4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한 달에 걸쳐 NC 지분을 꾸준히 매입, 지난 10일 203만2411주(지분율 9.26%)를 확보했다.

PIF 측은 이번 지분 확보에 대해 단순한 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IF가 지금은 단순 투자라고 이야기해도 언제 돌변할지는 알 수 없다"며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선 요구, 나아가 M&A에 동조하는 적대 지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PIF 측이 국내 업체들과 긴밀히 소통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NC 입장에서도 PIF 측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 부총리, 왕실 직속 경제위원장 등을 겸한 실무 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 펀드다. 지난해부터 NC 외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일렉트로닉 아츠(EA)·테이크 투 인터랙티브(T2)·캡콤·넥슨 등 다양한 게임사에 각각 1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업계의 '큰 손'으로 거듭났다.

또 PIF는 사우디 게임사 EGD(Electronic Gaming Development)를 앞세워 지난해 3월 일본 게임사 SNK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3.3%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는 확보 지분 비율을 96.2%까지 끌어올렸다. 코스닥에 상장된 일본 게임사 SNK는 '킹 오브 파이터즈(KOF)'와 '메탈슬러그'로 유명한 업체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NC의 지분 구조는 현재 김택진 대표와 그 관계인이 12%, PIF가 9.26%, 국내 게임사 넷마블이 8.89%, 국민연금공단이 8.39%를 소유한 형태다. 6.05%를 보유한 4대 주주였던 미국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9월 NC 지분 약 1.2%를 매도하며 공시 의무가 없어졌다.

PIF가 실제로 NC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면, 7년전 넥슨과 NC의 분쟁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넥슨은 2012년 글로벌 진출 명목으로 NC와 협력하기 위해 지분 14.68%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으나, 3년 뒤인 2015년 1월 투자 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변경한다고 발표하며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김택진 NC 대표는 당시 지분 9.98%를 보유, 넥슨보다 적은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었다. NC는 다음달 넷마블과 주식을 상호 교환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해 넷마블이 지분 8.9%를 확보하게 됐다. 이후 넥슨은 3월 주주 총회에서 김택진 NC 대표의 연임을 지지했고, 그 해 10월 NC 지분을 모두 청산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다.

NC와 PIF의 경쟁이 벌어진다면, 넥슨과의 다툼에 비해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PIF는 지난 201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인수를 추진했다. EPL 사무국 측은 사우디 인권 문제, EPL 불법 중계 방송 이슈 등을 들어 이를 거부했으나, PIF는 3년의 협상 끝에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를 3억500만파운드(약 4932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분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3대 주주 넷마블은 NC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NC와 넷마블의 파트너십은 지난해 8월 마무리됐으나, 양 사는 당시 "지분 관계를 정리한다 하더라도 사업 협력은 이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3대 주주 넷마블이 실질적으로 NC의 우호 지분이나 다름 없고, 국민연금공단 역시 사우디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며 "PIF가 정말 NC를 노리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나, 실질적인 위험성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NC가 향후 관계를 잘 다진다면 PIF가 우호 지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경영진이 투자자를 상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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