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 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넥슨·엔씨소프트(NC) 등 국내 게임사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올랐다.
PIF가 10일까지 확보한 두 게임사 지분은 각각 7.09%, 9.26%로 각 게임사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됐다. 그 결과 넥슨 일본 본사 4대 주주, NC에선 김택진 대표(11.9%) 뒤를 잇는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게임업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4개월에 걸쳐 사우디 게임 법인 'EGDC(Electronic Gaming Development Company)'를 앞세워 코스닥에 상장된 일본 게임사 SNK 지분 33.3%를 약 2000억원에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PIF는 지난해 말 미국 대표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T2)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달 일본 게임사 캡콤에도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했다. 게임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PIF가 투자한 금액은 도합 40억달러(4조9335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확한 이름은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로, 1985년 8월 31일생으로 올해 만 36세이다. 왕세자 외에도 제1부총리·국방장관·왕실 직속 경제위원장 등을 역임 중인 이른바 '미스터 에브리띵(Mr.Everything)'이다.
국내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통한다. 2017년 6월 부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에 의해 폐위된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대신해 왕세자에 오른 그는 그 해 여성 참정권 허용·종교 경찰 권한 축소 정책 등을 펴기 시작했으며 국가 신성장 정책 '비전 2030'을 추진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통치자로서 냉혹한 면모도 갖춘 인물로,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2016년부터 시아파 인사 처형, 단교 선언 등 대 이란 강경책을 펼쳐왔다. 왕세자로 즉위한 직후 부정부패 혐의가 있는 왕족들을 구금하고 보유자산 70% 납부를 요구하거나 2020년에는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를 체포하는 등 정치적 숙청도 마다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 끈질긴 면모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인수를 시도했다. 사무국 측은 사우디 인권 문제와 EPL 불법 시청 감시 소홀 등을 내세워 이를 반대했으나, 지난해 10월 구단 운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인수에 성공했다.
업계 일각에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PIF가 게임계에서 '제2의 텐센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IF가 보유한 자금 규모는 5000억달러(약 616조원)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11일 기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텐센트 시가총액 3조5400억 홍콩달러(약 559조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떨어진 이후를 바라보며 어떤 산업이 중요한지 살펴보고 있다"며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관계를 잘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