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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계 풍운아, 넥슨의 아버지 김정주가 남긴 것들

최초의 국산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개발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 앞장선 국내 3대 부호
NC 인수 논란·넥슨 매각 시도 등 부침 겪기도
'한국의 디즈니' 꿈꾸며 투자에 집중했던 말년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3-02 16:31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생전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생전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 대표 게임사 '넥슨'을 창립해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등 인기작들을 배출한 김정주 전 엔엑스씨(NXC)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NXC 측은 "김정주 이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XC는 넥슨 그룹의 지주사로, 고인은 지난해 7월 NXC 대표이사 직을 사임하고 등기이사로 직위를 변경했다.
김정주 전 대표는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 김상범 전 넥슨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등과 1994년 넥슨을 설립하고 '바람의 나라' 개발에 착수했다.

최초의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 알려진 '바람의 나라'는 1996년 정식 출시됐으며, 넥슨은 이후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넥슨은 지난 2020년 연결 기준 연 매출 3조1306억원, 영업이익 1조1907억원을 기록,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연 매출 3조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넥슨은 전년 대비 다소 부족한 매출 2조8530억원, 영업이익 9516억원을 기록했으나 이 역시 국내 게임사 중 1위로, 매출 2위 넷마블과 영업이익 2위 크래프톤에 비해 각각 3000억원 이상 앞섰다.

'3N'은 국내 게임계를 대표하는 3개 업체를 일컫는 말이다. 엔씨소프트(NC)와 넷마블 외에도 네오위즈·엔에이치엔(NHN) 등이 3N으로 분류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넥슨은 항상 3N에서 빠지지 않는, 선두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9월 김 전 대표의 총 자산이 110억달러(약 13조원)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국내 3위 부호라고 보도했다. 연달아 12월, 넥슨재단·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등을 조명하며 김 전 대표를 아시아 15대 자선사업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글로벌 게임 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인물로도 기억된다. 서울대 학부생 시절 일본 조치대학 국제학부에 연수를 다녀온 그는 여러 외국어에 정통한 '글로벌 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5년 넥슨 지주사 NXC를 설립하며 일본 법인을 본사로, 넥슨 코리아를 지사로 두는 형태로 체제를 개편해 일찍부터 글로벌화를 시도했다.

체제 개편 직후 넥슨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던전 앤 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했으며, 연달아 2011년 12월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됐다. 넥슨의 시가 총액(시총)은 당시 5530억엔(약 8조2099억원)으로 닌텐도·소니의 뒤를 이어 도쿄 증시 상장 게임사 중 시총 3위를 차지했다.

넥슨 사옥 전경. 사진=넥슨이미지 확대보기
넥슨 사옥 전경. 사진=넥슨

김 전 대표의 비보에 한국게임산업협회, 위정현 게임학회장, 남궁훈 카카오 그룹 대표 내정자 등 게임계 관계자들이 연이어 조의를 표한 가운데 김택진 NC 대표 또한 이에 동참했다.

넥슨은 해외 투자 관련 파트너십을 목적으로 NC 지분 약 14%를 지난 2012년 매입한 후 2015년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한다고 공시하며 한 해 동안 NC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이후 양 사는 게임계의 대표적인 '앙숙'으로 분류됐다.

넥슨과의 불편한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김택진 대표는 고인에 대해 "사랑하던 친구가 떠나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고통을 느낀다"며 "같이 인생 길을 걸어온 벗이 편히 가길 바란다"며 애도를 표했다.

NC 인수 시도 외에도 김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굵직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며 게임업계 '풍운아'로 불렸다.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 목적으로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논란, 약 2조8301억원을 횡령·탈세했다는 경영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두 건 모두 무죄로 결론났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돌연 넥슨을 매각을 시도해 카카오·넷마블·텐센트 등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인수 가격 문제로 협상에 실패해 같은 해 매각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게임계에서 최근 화두가 된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2017년 국내 암호화페 거래소 코빗에 912억원, 이듬해 유럽 거래소 비트스탬프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한 후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금을 2분기 영업 외 비용으로 포함해 세간의 주목 받기도 했다.

넥슨의 미래에 대해 김 전 대표는 "한국의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되는 것"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지난 2020년 이사회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총 15억달러(약 1조8063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듬해 반다이 남코·세가·코나미·해즈브로 등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미국 영화사 AGBO 스튜디오에도 투자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우리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김정주 전 대표를 잃는 비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차례 '비관론에 눈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고 격려하는 리더였다"는 말과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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