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주일을 넘어섰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줄줄이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을 결의하는 등 게임 시장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임계 제재 유행의 발단은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는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협회는 게임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돕기 위해 연대하고, 러시아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어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지난 2일 SNS서 양대 게임 콘솔기기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를 공개적으로 지목, "게임사들도 이용자 차단, 지사 폐쇄 등 여러 방법으로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우크라이나 이웃나라 폴란드의 CD프로젝트 레드(CDPR)이었다. '더 위처' 시리즈 등을 개발한 CDPR은 3일 "러시아를 상대로 신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등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MS 역시 4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모든 제품·서비스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며 동참하는 뜻을 밝혔다. MS로 인수되는 것을 앞둔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같은 내용의 성명문을 내놓았으며, MS 자회사 모장스튜디오는 '마인크래프트' 모바일 판의 러시아 앱스토어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 등을 만든 에픽 게임즈, '피파'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 등도 대 러시아 제품 판매 중단을 결의했다. 이중 EA는 자사 스포츠게임에서 러시아 국가대표, 클럽 등을 삭제하는 '기록말살' 업데이트에 착수했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연달아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카카오 그룹과 펄어비스가 지난 4일 우크라이나에 기부를 했다고 발표한 것 외엔 대체로 신중하게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게임 시장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만한 업체로는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NC)가 꼽히고 있다. 두 업체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와 '리니지' 시리즈 모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IP다.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7일 기준 '배그 모바일'은 러시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선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리니지2M'은 러시아에선 구글 13위·애플 16위, 우크라이나 구글 21위·34위에 올랐다.
크래프톤 입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가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게임 리그 상금 통계 사이트 이스포츠어닝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배그'와 '배그 모바일'에서 국가별 상금 순위 4위, 6위를 차지했으며 우크라이나는 둘 모두 18위다.
NC는 신작 '리니지W' 출시 범위에 러시아 등을 포함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서비스 중인 '리니지W'는 올 3분기 안에 유럽·아메리카 등이 포함된 제2권역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소한 행동만으로 러시아와 그 주변국 시장 모두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민감한 이슈와 연관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어 입장을 명확하게 발표하는 회사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