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유통업계는 상시적 불확실성에 급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소비 주체 또한 MZ세대로 변화하는 등 현재 유통환경의 흐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 지형도도 바뀌었다. 코로나 직후에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에 비대면이 대세를 이루면서 온라인 기반의 유통채널이나 배달이 강세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근거리 쇼핑으로 그 흐름이 넘어오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계 매출 동향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동향’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편의점 3사의 매출이 대형마트 3사 매출보다 많았다.
구체적으로 전체 유통업계에서 편의점 3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15.9%로 집계돼 대형마트 3사의 매출 비중(15.7%)을 근소하게 앞섰다. 쿠팡 등 온라인 업체를 제외하고 오프라인 유통사로만 따로 산출하면 편의점 3사 매출 비중은 30.7%까지 상승한다.
사실상 편의점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늘 1·2위 자리를 내줬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소비 행태가 확 바뀌면서 2020년에 백화점을 제치고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순으로 순위가 변했다.
지난해에는 명품을 중심으로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24.1% 급증하면서 백화점 매출 비중이 1위에 올랐다. 편의점은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전년 대비 6.8%의 매출이 늘며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이 2.3%로 줄어 3위로 추락했다.
편의점업계는 코로나19라는 상황적 요인이 편의점의 차별화된 상품·서비스 등과 만나 이뤄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편의점업계에서는 히트 상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CU와 세븐브로이가 협업한 곰표밀맥주다. 한때 품절대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히트쳤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 와인, 베이커리의 판매 호조도 크게 한몫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상황적 요인과 상품 경쟁력 등이 동시에 작용한 효과”라며 “각사마다 차별화 상품들이 흥행했고 편의점에서 신선식품 등을 구매하는 장보기 고객들까지 늘어 업계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늘자 신선식품 라인업을 확대하는가 하면 장보기 필수품목인 라면, 계란 뿐 아니라 즉석밥, 김치 등을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편하고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편의점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반값 택배와 금융서비스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의 차별화를 위해 배달 등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런 노력이 모객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MZ세대를 노린 다양한 행사와 상품이 실적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히트 친 상품을 구매하면서 이뤄지는 동반구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반구매는 예컨대 도시락을 사면서 음료를 사고, 커피를 사면서 함께 먹을 디저트를 구매하는 효과를 말한다. 다시 말해 곰표밀맥주를 사러 왔다가 안주를, 빵 종류 제품을 구매하러 들렀다가 마실 음료까지 소비하는 것이다.
편의점업계는 이 기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미크론 영향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될 전망이라 근거리 쇼핑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유행하거나 히트 친 상품은 대다수가 편의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오프라인 채널 비중을 살펴보면 매년 편의점 매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에 이 성장세라면 앞으로 편의점 매출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