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는 역시..”
맥주와 소주 소비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희석식 소주와 맥주 출고량은 각각 전년 대비 3.4%, 3.0% 감소했다. 대신 하이볼, 위스키, 와인 등 보다 다양해진 주류 수요에 맞춘 대체 주류가 부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더운 여름이라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타는 듯한 갈증을 단번에 씻어내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 술을 즐겨하지 않는 이라도 그 짜릿한 감각은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그렇다면 맥주의 첫 한입을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탄산, 온도, 목넘김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갓 따른 신선한 생맥주를 떠올리면 정답은 자연스레 ‘풍성한 거품’으로 수렴된다. 거품은 맥주 향을 보호해 향이 천천히 퍼지게 하고, 탄산도 더 오래 유지시킨다. 부드러운 목넘김과 크리미한 질감도 거품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누군가는 "거품 없는 맥주는 무슨 맛으로 마시나"라고 말할 정도.
이제 그 거품을 집에서도, 그것도 캔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다. 2년 전 출시된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는 캔 전체가 열리는 풀오픈 캔 구조로, 뚜껑을 따는 순간 촘촘한 거품이 가득 차오른다. 출시 한 달 만에 10만 캔이 팔리는 등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올해는 오비맥주의 ‘한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맥은 첫 출시부터 국산 쌀을 사용한 ‘부드러운 목넘김’을 강조해왔고, 2023년에는 리뉴얼을 통해 4단계 미세 여과 공정을 도입해 거품의 지속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작년에는 유흥시장용 생맥주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을 선보이기도 했다. 100초 동안 천천히 차오르는 거품을 강조한 제품이다. 또 집에서도 거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 거품기’를 출시해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한맥에게 캔 하나로 풍성한 거품을 구현하는 제품은 꼭 정복해야 할 과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한맥은 연구 끝에 지난달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 캔’을 출시했다. 캔 내부에 특수 설계를 적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한 기포가 올라오도록 했으며, 국내 최초로 풀오픈탭을 적용해 시각적으로도 거품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제품은 330ml, 알코올 도수 4.6도로, 현재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마셔본 자만이 아는 이 부드러움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약간의 섬세함이 필요하다. 거품이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상온이거나 제품 온도가 12도 이상일 경우, 개봉 즉시 넘치듯 흘러나올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차가우면 거품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한맥 측은 "개봉 전 6시간 냉장보관"을 권장하고 있으며, 김치냉장고처럼 너무 낮은 온도에서 보관한 경우엔 30분 정도 상온에 두고 개봉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권장 음용 온도는 4~8℃다.
기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냉장고에서 한맥을 꺼냈다. 연한 베이지-골드 컬러의 외관은 ‘크리미함’과 ‘부드러움’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촉감도 다르다. 맥주 캔에서는 보기 드문 매트한 재질이 손끝에 닿는다. 캔 중앙에는 벼를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한맥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내용물은 기존 한맥과 동일하나, 차이는 거품 생성 기술에 있다.
풀오픈탭을 열어 캔을 개봉했다. 첫 시도는 아쉽게도 실패. 냉장고에 24시간 보관한 제품을 꺼내 바로 열었더니 기대만큼 거품이 올라오지 않았다. 20분쯤 상온에 두고 다시 시도했다. ‘아, 이거구나’ 싶은 거품이 즉각적으로 밀려올랐다. 캔을 손으로 감싸 따뜻하게 해주자 거품은 한층 더 풍성해졌다. 동그랗고 탐스러운 돔 형태의 거품이 차오르고, 바로 마시고 싶어지는 비주얼이 완성됐다. 한동안 핸드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지만 거품은 꽤 오래 유지됐다.

맛의 첫인상은 단연 ‘부드러움’이었다. 거품과 함께 맥주가 스르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는 감각조차 흐릿할 정도로 흐르듯 넘어온다. 마치 거품이 맥주를 밀고 들어오는 느낌. 평소 탄산에 약한 기자에게도 부담 없는 목넘김이었다. 거품이 맥주의 쓴맛을 살짝 감춰주는 듯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움 끝에 스치고 지나가는 쓴 맛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모난 구석 없는 균형 잡힌 풍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상단의 거품층을 다 마셔버리고 나면, 그 정도의 풍성한 거품이 다시는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 호프집 생맥주도 비슷하지만 이 제품은 거품이 조금 더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다. 첫 모금의 충격이 큰 만큼, 그 이후의 거품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시는 중에도 일반 맥주보다 거품은 더 일긴 했지만 처음처럼은 아니었다. 그래도 장마와 폭염에 지친 여름날, 크리미한 거품이 주는 감미로운 질감은 자꾸 생각날 듯하다.
제품은 전국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아직은 편의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대형마트 기준 6캔에 1만700원, 할인 적용 시 9000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카스와 비슷한 가격대다. 일부 매장에선 출시 기념으로 6캔 구매 시, 전용 핸들(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 캔 핸들)을 선착순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맥은 올해로 출시 5년차를 맞는다. 오비맥주가 카스를 보조할 제2 브랜드로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기대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드러움’과 ‘거품’에 진심을 다해온 한맥이 이번 신제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에 이름을 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