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전투 중심 MMORPG와 방치형 게임이 대세인 한국 모바일 게임계에 국산 신작이 연달아 '탈 자동 사냥'을 선언하는 등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13일 공개 시사회를 통해 PC·모바일 멀티플랫폼 액션 RPG '언디셈버' 출시일을 다음달 13일로 확정지었다. 개발사 니즈게임즈의 구인영 대표는 당시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지만, '자동 사냥' 기능을 게임에서 배제할 것"이라며고 말했다.
넥슨 역시 지난달 자사 대표 IP '던전 앤 파이터(던파)'를 기반으로 한 액션 RPG '던파 모바일' 사전 예약을 개시하며 '수동 전투'에 개발력을 집중했다고 발표했다. 던전 공략, 이용자 간 대전(PvP) 모두 수동 전투가 기반이 되며, 내년 1분기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올 하반기 실시간 전략 게임 '캐슬크래프트: 월드 워', 1인칭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등 자동 사냥과 무관한 장르 게임을 연달아 출시했으며, 카카오게임즈가 9월에 출시한 '프렌즈 샷: 누구나 골프' 역시 자동 플레이 기능 등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 사냥'은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핵심 기능으로 꼽히고 있다. 어플리케이션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톱20에 오른 국산 게임 13개 중 '리니지' 3종, '블레이드 앤 소울' 2종,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9개 게임이 자동 사냥 기능이 포함된 MMORPG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 '에픽 세븐'은 수동 조작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수집형 RPG이며, 외국산 게임 중 '히어로즈 테일즈', '기적의 검', '심포니 오브 에픽' 등 RPG는 물론 '삼국지 전략판',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전략 게임들도 '방치형 게임'으로 꼽힌다.
'피파 온라인 4M'을 플레이 해본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 사냥과 흡사한 콘텐츠인 '감독 모드'를 중점적으로 플레이하는 인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11월 매출 톱 20 중 수동 조작이 주요 콘텐츠인 게임은 '로블록스'와 미호요 '원신', 국산 게임 중에선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이 유일한 셈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사냥이 핵심 기능이 된 이유로는 콘솔용 패드나 키보드·마우스에 비해 게임 조작 기기로서 스마트폰이 가진 한계점,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직장인 계층이 수동 조작 게임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온라인 자동 전투 게임들은 대부분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기 위해 과금을 유도하는 형태로 자리잡았고, 이용자층도 이에 익숙해져 있다"며 "진입 장벽은 낮아보이지만,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돈의 장벽'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수동 전투 게임은 대체로 과금력이 낮은 게이머들이 선호해 사업 모델(BM)면에서 오히려 자동 사냥 게임보다 불리하다"며 "자동 전투 게임보다 더 많은 이용자층이 필요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 11월 톱20에 오른 게임 중 17일 기준 일일 이용자 10만 명 수준인 '리니지W'나 '오딘'을 제외한 대부분의 MMORPG나 방치형 게임의 일일 이용자는 수만 명대에 그쳤다.
반면 '쿠키런: 킹덤' 일일 이용자는 58만 명에 이르렀으며 '로블록스'는 31만 명, '피파 온라인 4 M'은 19만 명 대로 집계됐고 신규 콘텐츠 뽑기를 중심으로 한 BM을 확고히 다진 '원신'은 9만 명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확실히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게임성이나 IP 파워,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과 소통 능력 등을 갖춰야만 자동 사냥 중심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