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사 스퀘어에닉스는 자체 암호화폐 '링크(LN)'를 보유한 SNS사 라인(LINE)과 손을 잡았다. 지난 10월 자사 IP '밀리언 아서' 시리즈 기반 NFT '자산성 밀리언 아서'를 론칭했으며, 이후 다양한 IP를 바탕으로 P2E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스퀘어에닉스 외에도 일렉트로닉 아츠(EA), 유비소프트, 엔씨소프트(NC) 등 여러 대형 게임사들이 NFT, P2E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중국의 게임 퍼블리셔 빌리빌리 또한 블록체인을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업체는 암호화폐 '위믹스(WEMIX)'를 앞세운 위메이드다. '미르4' 기반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소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위믹스 플랫폼에 100개 게임 온보드를 목표로 액션스퀘어·조이시티·슈퍼캣 등 다양한 게임사와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 외에도 카카오게임즈는 '보라(BORA)' 코인 개발사 웨이투빗을 손자회사로 품었고, 플레이댑(PLA)은 최근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 상장됐다. 컴투스는 'C2X', 네오위즈는 '네오핀(NEOPIN)' 등 암호화폐의 이름을 공개하며 P2E 게임 플랫폼에 대한 청사진을 선보였다.
◇ 블록체인 업계 "P2E 게임은 게임이 아닌 암호화폐 사업 모델"
여러 게임사들이 'P2E 게임' 유행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업계 또한 새로운 사업 모델 등장에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무작정 대세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중론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업계에선 P2E 게임을 두고 '게임파이(GameFi)'라는 용어를 쓴다"며 "게임이라기보단 암호화폐 채굴, NFT 거래 등이 이뤄지는 '금융 생태계'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 등의 이용자층은 대부분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된다"며 "디지털 돈벌이 수단의 수요가 높은 것이지, 모든 게이머들이 '돈 버는 게임'에 주목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엘뱅크(LBank)에 따르면, 게임(Game)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 '게임파이'는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가 블록체인 게임과 합쳐진 사업 모델을 일컫는 용어다.
엘벵크 측은 "게임 개발자가 수익을 독점하는 대신 이용자들에게 재정적 이윤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서비스 모델"이라면서도 "아직 '게임파이'는 완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이용자, 개발자, 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P2E 게임도 '리스크' 있어...'게임 본연의 재미' 잊지 말아야
암호화폐 거래소 커런시닷컴의 라파엘 사니스(Raphael Sanis) 기자는 "블록체인 게임사 '헷지(Hedgie)' 설립자가 지난 7월 NFT 시장서 100만 달러 대 사기를 당했다"며 암호화폐·NFT 자체의 신뢰성이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블록체인 게임 금지 규제를 발표하는 등 게임계의 반발, 사행성 문제로 인한 정부 단위 규제 위험성 등도 위험 요소"라며 "블록체인 게임의 가까운 미래는 개발도상국에 '게임으로 돈을 버는 기회'를 주는 것에 국한된다"고 덧붙였다.
'P2E 게임' 유행을 두고 기존 게이머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NFT 채굴이 활발해질수록 이에 소요되는 그래픽 카드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고사양 PC, 게임기기 공급 교란으로 이어진다"며 "기존 게이머들은 'P2E 게임' 유행에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지난달 3분기 컨퍼런스 콜서 "블록체인 분야에 여러차례 투자했고, NFT 등과 게임의 결합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러한 결합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확장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NFT 도한 디지털 자산이고, 게임 아이템과 연동됐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결국 게임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게임 개발력과 지속 가능한 흥행성을 보유한 회사만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