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참여, '메타버스' 관련 질의 과정에서 "메타버스 게임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가 올해 안에 나온다"며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게임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앞서 국회의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메타버스 자체가 게임은 아닌 만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게임 규제의 '칼날'을 한 차례 피해갔으나, 여전히 메타버스 콘텐츠 자체의 모호함은 논란으로 남아있다"며 "게관위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결론내린다면 많은 면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로블록스·제페토, '사행성' 문제로 발목 잡히나
메타버스 관련 규제에 있어 당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콘텐츠로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꼽히고 있다. 로블록스는 '로벅스', 제페토는 '젬'이라는 가상 화폐를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어 '사행성' 문제에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올 초 '로블록스' 영문 홈페이지서 '게임(Game)'을 '발견(Discover)' 혹은 '경험(Experience)', '이용자(Player)'를 '사람(People)'으로 바꿨다. 이는 게임 플랫폼 관련 규제를 우려한 행보로 짐작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앱스토어는 게임 안에서 다른 여러 게임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게임'에 관해 개별 게임 모두 심의를 받아야한다는 정책이 있다"며 "애플·에픽 게임즈 소송전으로 규제·정책 관련 논의가 일자 로블록스가 '게임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게임 규제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제페토'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로블록스'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게임'으로 분류돼 플랫폼 내 게임 몇몇이 스토어 별 자체 등급 분류를 받고 있으나, 제페토는 엔터테인먼트, 소셜 서비스로 분류돼 게임 관련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박상진 네이버 CFO(최고 재무 책임자)는 지난 7월 2분기 컨퍼런스 콜서 "제페토 스튜디오에 게임 제작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제페토는 지난달부터 관련 업데이트를 이어가고 있다.
◇ 규제 영향 미약할 수도..."NFT 등 향후 영향에 주목해야"
게관위가 메타버스를 게임이라 규정한다 해도 큰 여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게관위 측은 이번 조사에 관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게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기초 연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로블록스의 현행 현금 환급 체계는 1달에 한번, 심사를 통해 이뤄지는 제한적인 방식"이라며 "웹보드게임이 월 50만원 한도 내 결제가 허용됐듯, 로블록스도 규제가 가시화 된다면 비슷한 방향으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을 결합한 '아크버스', 게임사 슈퍼캣과 협업한 '젭' 등 '제페토'와 별개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선보였다. '제페토'가 게임 규제에 발목을 잡힌다면, 네이버 측은 게임 관련 메타버스를 분리하는 등 형태로 규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규제된다면, 기존 콘텐츠보단 향후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메타버스 내 경제 시스템 파트너로 자주 거론되는 암호 화폐,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블록체인과의 접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관위는 지난 5월 NFT 시스템이 적용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등급 분류를 거부했고, 이에 파이브사트즈는 국내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러한 NFT 등이 적용된 'P2E(Play to Earn) 게임'에 관해 김규철 게관위장은 지난 21일 지스타서 "환전 가능성이 있는 게임은 현행법상 등급 분류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관위는 어디까지나 '게임법'을 집행하는 기관일 뿐, 규제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며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라는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규정을 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