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최근 '젠더' 갈등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사장이 공식 사과에 나서는 등 사태확산 방지에 나섰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광고 일부의 표현을 자의적으로 이슈화해 불매운동에 나서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다양한 의견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어떤 이슈를 고정된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지난 1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캠핑 이벤트 포스터로 ‘남성 혐오’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포스터에는 소시지를 잡고 있는 손 모양이 일러스트로 연출됐는데, 이 손 모양이 유명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한국 남성 성기를 비하할 때 쓰는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지와 검지로 길이를 재는 듯한 이 이미지는 한국 남성 성기 길이가 짧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갈리아에선 이를 '소추'(작은 성기)라는 말로 표현한다.
또 포스터에 있는 ‘이모셔널(Emotional)' '캠핑(Camping)'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Item)'이라는 단어의 마지막 알파벳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읽으면 '메갈(megal)'이 된다는 의견도 잇달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GS25는 지난 2일 포스터를 수정해 다시 올렸다. 2차 포스터에는 손과 소시지 이미지가 삭제되고, 달 문양이 추가됐다. 그러자 해당 문양이 서울대 페미니즘 동아리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의 마크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S25 측은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했다”며 “이미지도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등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2차 포스터에 삽입된 문양에 대해서도 “새로 추가된 것이 아니라, 첫 이미지에서 잘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SNS 사과문에는 “이게 사과문이냐” “다른 편의점에 가겠다”라는 등 부정적인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GS25가 국방부와 함께 진행했던 포스터에 군인, 무궁화, 새가 함께 등장하며 발발했던 ‘군무새(군인 비하 단어)’ 논란을 끄집어냈다. 국방부 소속기관과 맺은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단 하루 만에 4만 명이 넘는 동의(3일 기준)가 이어졌다.
GS25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넘어 GS샵 탈퇴 운동까지 일자,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지난 4일 가맹점주 게시판에 직접 사과를 전했다.
조 사장은 “논란 발생 후 심도 있는 검토와 즉각적인 대응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처와 불편하게 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모든 업무에 심사숙고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엄격하게 강화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돌려주시고, 신속한 사태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과정을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의 사과로 해당 사건은 일단락된 듯했으나, 또 한 번의 남혐 의혹과 젠더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4일 GS더프레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은코인을 잡아라’는 제목의 ‘GS리테일 50주년 기념주화’ 행사 홍보물이 올라왔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동전 앞면 이미지에서 ‘특정 손가락’ 모양을 발견했다”면서 엄지와 검지를 펼쳐 길이를 재는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의 커뮤니티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GS25 관계자는 “앞서 캠핑 이벤트 포스터 건은 불편한 시각에 개연성을 인지하고 사과를 진행한 것이다. 이후 무리한 연결을 시키는 억측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기념주화 논란 유포자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죄로 법적조치까지 검토를 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각 분야에서 확산되는 젠더 갈등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상과 표현에서의 양극화는 비관용성에서 비롯된다. 어떤 이슈를 고정된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손가락 모양을 남성혐오의 심벌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면서 "의도하지 않은 사항을 특정 시각으로 해석하면 사회가 각박해지고 갈등이 격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