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발매를 도입해야 하는 명분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말산업계의 위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산업·사회·문화가 ICT 기술을 활용한 융합시대로 바뀌는 것에 발맞춰 경마산업도 새로운 발매 수단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마 온라인 발매 금지는 철폐해야 할 시대착오적 규제입니다.”
7일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서울마주협회장실에서 만난 조용학 제12대 서울마주협회장 당선자는 인터뷰 첫 말문을 현재 마주협회와 말산업계의 최대 현안인 ‘온라인 발매 도입’으로 시작했다.
조용학 당선자는 지난달 25일 국내 최대 마주협회인 서울마주협회 정기총회에서 압도적인 득표율(협회원 440명, 투표자 360명, 득표수 269표)로 제12대 회장에 선출돼 오는 18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 대학생 때부터 ‘경마팬’...원년 마주로 28년째 경마 선진화 기여
조용학 당선자는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지난 1993년부터 마주(馬主)로 활동한 ‘원년 마주’로, 척박한 국내 경마 환경에서 27년 동안 ‘한국경마 선진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 마주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상류층 클럽’으로 여겨져 온 마주협회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경마 중단으로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조용학 당선자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기로 나선 이유로 경마와 말을 향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대학생 시절 처음 뚝섬 경마장을 찾은 이래, 주말마다 방문하는 경마팬이 됐고, 졸업 뒤 미국계 회사에 입사해 미국 볼티모어에서 근무할 때도 현지 경마장을 찾는 경마팬이었습니다.”
1980년대 미국 근무 중 현지 경마를 접한 조용학 당선자는 크게 놀랐다고 한다. 당시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한 단일마주제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말마다 주인이 다른 개인마주제인데다 경주마의 능력과 경마의 인기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에서도 마사회가 경마 개혁을 위해 개인마주제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는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경주마를 분양받아 30대 후반이던 1993년 당시 400여 명의 마주 중 2번째로 나이가 어린 마주가 됐습니다.”
◇ “한국경마 발전 위해 온라인 발매, 세제·제도 개혁 필요”
조용학 당선자는 한국경마의 발전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온라인 발매 도입이며, 중장기 과제로는 세제 개혁과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발매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발매수단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고, 그 다음이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면 불법경마를 합법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고, 또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장외발매소를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발매는 코로나19로 인한 말산업계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면서, 동시에 더 근본적인 도입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경마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의 개선을 위해 세제 개혁도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홍콩 등 해외 경마 선진국도 20~30년 전 ‘경마=도박’이라는 부정 인식이 강했으나, 경마제도 개혁을 통해 경마산업 건전화에 성공해 국민 인식 개선은 물론 대중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
조용학 당선자는 성공 사례로 홍콩 경마를 꼽았다. 홍콩은 2006년 세제를 개혁해 기존 마권 발매 시 원천징수하던 세금을 경마시행체 ‘순이익’에 따라 유연하게 징수하도록 바꿔 경마 환급률을 높였다. 그 결과로 홍콩의 불법경마가 합법시장으로 흡수돼 오히려 세수입이 이전보다 늘었고, 경마팬도 늘며 국민 레저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조용학 당선자는 “우리 정부는 ‘경마팬은 노름꾼, 경마는 도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화의 오류’입니다’고 지적한 뒤 “경마 중단 이후 국내 불법경마는 더 늘었습니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해서 온라인 발매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먼저 온라인 발매를 통해 경마를 건전화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국민 인식이 개선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