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개봉작이 늘어나면서 영화관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2억 20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로 20년 전으로 후퇴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해 총관객 수는 5844만 8679명에 그쳤다. 12월 들어서는 지난 10일간 42만 3535명이 극장을 찾았다. 통전망 가입률 50%였을 2004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6920만 명으로, 연말까지 최대 예상치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5470만 명 수준과 비슷하다.
올해 2월 중순 코로나19 1차 확산으로 2월 극장 매출액은 1월 대비 56.6% 감소한 623억 원, 3월 극장 매출액은 2월 대비 75.5% 떨어진 152억 원으로 집계됐다. 3월 국내 확진자 발생 수가 5000명을 넘으며 4월 매출액은 75억 원까지 떨어져 통전망 집계 이후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5월부터 8월까지 신작 개봉으로 서서히 매출액을 회복했으나, 8월 중순 2차 코로나19 확산을 시작으로 다시 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11월까지 극장 매출 추산액은 2019년 같은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 대비 71.2% 감소한 4980억 원으로 나타났다. 1월∼11월 관객 수로 비교해도 올해 관객 수(약 5800만 명)는 지난해(약 2억 420만 명)의 28%에 그쳤다.
이처럼 관객들의 극장 방문이 감소하면서, 신작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최근 4년간 재개봉한 영화는 평균 87.5편으로 연간 100편을 넘지 않았으나 올해는 기획전 상영이 늘어 약 250편으로 크게 늘었다. 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브 등 영화관 423개관 중 3월 94개관, 4월 106개관이 휴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투입한 신작들이 무기한 개봉 연기를 결정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살아있다', '콜'이 넷플릭스에서 관객과 만났고 곧 '차인표', '승리호'도 그 뒤를 잇는다.
이에 대한 반등으로 OTT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1억 95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810만 명이 증가해 지난해 실적(2780만 명)을 뛰어넘었다.
존폐의 갈림길에 선 극장들은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 CGV(이하 CGV)의 경우 오는 17일부터 재개봉 전용 특별관을 선보인다. 365일 상시 운영되는 ‘별★관’은 CGV 전국 32개 지점에서 만날 수 있으며 재개봉 작품들은 최소 2주간 상영된다. 오는 20일에는 ‘이루마 데뷔 20주년 언택트콘서트–River Flows’를 생중계한다.
롯데시네마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단독 굿즈 ‘시그니처 아트카드’를 내놓는 등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전시회와 연계한 티켓 할인 행사를 마련하고, 선착순으로 할인 쿠폰을 받아볼 수 있는 ‘무비싸다구’ 행사도 꾸준히 열고 있다.
메가박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관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자 ‘N스크린’이라는 상영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월 최대 8편의 영화를 선정해 2주간 전국 메가박스 20개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한다. 극장 상영의 문턱을 낮춰 제작‧창작자들에게 콘텐츠 상영 기회를 제공하고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CGV는 OTT 플랫폼 왓챠와 업무 협약을 맺고 메가박스는 넷플릭스 개봉작을 상영하며 관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장가의 빈궁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유·박보검 주연의 ‘서복’과 류승룡·염정아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소울’ 등 연말 기대작들이 개봉 일정을 줄줄이 미뤘다. 여기에 지난 8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영화관 영업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조치가 시작되면서 12월 관객 수는 150만 명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의 입체감과 공간적 분위기는 OTT가 대체하기 어렵다. 관객이 친숙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극장만의 차별화 콘텐츠를 꾸준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