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쇼핑이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실제로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거센 라이브 커머스 열풍 속에서도 올해 호실적을 냈다.
3분기는 전통적인 홈쇼핑 비수기로 불린다. 여름 휴가 시즌과 맞물리고, 나들이 많은 시즌이기 때문에 TV 시청률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품목의 단가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내 '빅4'로 불리는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등은 3분기 영업이익 3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대체로 성장세를 보였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반사 이익 가운데서도 홈쇼핑은 정체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홈쇼핑 업계의 고민 중 하나는 주요 소비자층의 노후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라이브 방송 론칭, 모바일 채널 확대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스마트'해지고 있는 점이다.
이달 롯데홈쇼핑은 일교차, 한파 예상일 등 기상 정보 예측을 기반으로 상품 론칭일을 조정하고, 편성을 확대하는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판매를 강화했다.
롯데홈쇼핑은 날씨가 TV홈쇼핑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기상 데이터를 예측·분석해 상품 기획과 편성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0월,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시기가 예년보다 약 2주 빠를 것으로 예측해 겨울 상품 판매 시기를 약 10일 앞당기고 편성도 15% 확대했다. 그 결과, 점퍼·패딩 판매가 약 30% 늘었다. 일교차가 클수록 데님 수요가 증가한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교차가 큰 10월 말에 업계 단독으로 '리바이스 웜진'을 선보여 론칭 방송에서만 주문금액 9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디지털TV홈쇼핑인 SK스토아는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방송 분석 프로그램 'SK스토아 온 비전(ON Vison)'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연출과 판매의 관계, 편성과 상품의 관계, 시청과 외부요인(날씨, 시청자 수)의 관계 등을 계량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TV홈쇼핑은 생방송 중 유입된 콜 데이터, 주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매진 임박' '마지막 혜택' 등 고객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며 상품을 제안해왔다. 그러나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 조건, 연출, 편성 시간,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매번 실적이 달라져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판매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SK스토아 온 비전을 활용하면 고객이 어떤 장면에서 채널을 멈췄는지, 쇼호스트가 어떤 멘트를 할 때 주문이 많아지는지 등을 장면에 따른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젊은 고객 공략을 위해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CJ오쇼핑은 주문한 상품을 2~3곳으로 나눠 보내주는 '나눔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수량이 많아 상품 구입을 꺼렸던 고객들과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홈쇼핑이 수혜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면서 "기존 고객과 새로운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할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