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생존을 위해 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와 차별화되는 ‘고가의 제품’ ‘명품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알릴 수 있어 백화점들은 1층에 화장품 매장을 배치해왔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의 70%가 여성이라는 이유도 있고, 고객들이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향기를 맡으며 기분을 ‘업’시킬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최근 MZ세대 공략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백화점업계는 고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 롯데百, 1층에 편의점·체험형 매장 구축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이번 변화의 중심에 있다. 롯데백화점은 1층에 있던 화장품 매장 전체가 3층으로 이동해 이달 18일 새로 문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영등포점의 3층은 지하철 역사에서 바로 연결되는 층으로, 유동인구 유입이 용이하다.
지하철 역사에서 백화점으로 유입되는 주 출입구에 ‘백화점의 얼굴’인 화장품을 배치함으로써 젊은 고객인 MZ세대를 흡수할 전략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입소문을 빠르게 전파하고 새로운 문화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들을 흡수해야 백화점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얻는다는 계산이다.
화장품이 밀려난 자리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 스탁’, 한정판 풋볼 레플리카 유니폼 전문점 ‘오버더피치’, 편의점과 분식점이 결합한 매장 ‘고잉메리’가 들어선다.
◇ '1층 개편', 수년 전부터 진행…日 백화점도 시도
1층의 법칙을 깬 것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롯데백화점 안산점은 1층에 ‘무인양품’ 등 라이프스타일 콘셉트관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층에 ‘LG시그니처’의 프리미엄 가전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도 2018년 말 1층에 291㎡ 규모의 식음료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올해 1월 리빙관에 푸드마켓을 입점했다. 한 층의 일부만 바꾼 것이 아닌 전체 층을 식품관으로 바꾼 파격적인 시도였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이달 10일까지 1층에서 수제맥주를 한정 판매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 구성을 바꾼 이후 해당 지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며 변화의 효과를 입증했다.
1층의 ‘지각변동’은 일본 백화점에서도 수년 전부터 포착됐다. 스고세이부그룹은 2017년 세이부쇼자와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1층을 식품관으로 바꾸는 변화를 꾀했다. 출장을 온 직장인이나 여행객을 주요 고객으로 삼은 다이마루백화점 도쿄역점 역시 건물 1층을 식음료 매장으로 꾸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쇼핑방식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백화점은 올드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옛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이상 소비자 지갑을 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특화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1층의 변신은 백화점이 MZ세대가 오래 머물며 놀 수 있는 놀이터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