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뇌 주파수 변조 현상을 일으키는 핵심 구조는 흥분성 뉴런·소마토스타틴(SST) 억제성 뉴런·혈관작용-장(腸) 펩티드(VIP) 억제성 뉴런으로 이루어진 중첩된 양성 및 음성 피드백(interlinked 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 회로다."
KAIST는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뇌파 생성 및 변조를 담당하는 뇌동작과 관련된 핵심 신경회로 활동 원리를 이같이 규명해 냈다고 14일 밝혔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쥐의 감각 피질에서 수행된 커넥토믹스(connectomics)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해당 영역을 구성하는 뉴런의 종류 및 이들의 연결성을 파악했다. 해당 영역을 구성하는 억제성 뉴런의 90%가 소마토스타틴(성장호르몬 분비 억제 작용 호르몬,SST), 혈관작용-장(腸) 펩티드(VIP), 파브알부민(PV)으로 불리는 세가지 종류의 억제성 뉴런으로 구성된다는 것도 파악했다. 또한 이들이 서로 상이한 연결 규칙과 강도로 서로 간에, 또는 다른 흥분성 뉴런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징이 해당 영역에서 관찰된 주파수 변조 현상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 분석한 결과 흥분성 뉴런과 SST 억제성 뉴런, VIP 억제성 뉴런으로 이루어진 중첩된 양성 및 음성 피드백(interlinked 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 회로가 해당 영역에서 관측된 주파수 변조 현상을 일으키는 핵심 구조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해 냈다.
뇌파의 비정상적인 생성 및 변조 현상은 다양한 뇌질환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신경생물학 연구자들은 뇌파의 생성 및 변조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뇌파의 생성 및 변조는 수많은 뉴런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창발적 특성(emergent property)을 갖기 때문에 기존의 신경 생물학 실험을 통해 원리를 규명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
연구팀은 뇌파의 주파수 변조현상을 관장하는 신경회로 규명을 위해 흥분성 뉴런(한가지 종류)과 세가지 종류의 억제성 뉴런 및 이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수학모델을 통해 표현하고 계산 신경회로 모델을 구축해 뇌파의 생성 및 변조 과정을 분석하였다. 특히 연구팀은 기존의 전기 생리학 실험을 통해 밝혀진 뉴런 종류 간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뇌파의 생성 및 변조 기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합임을 발견하였다.
과거 여러 연구를 통해 감각피질 2층, 3층에서 활발한 주파수 변조현상이 관측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감각피질은 외부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 및 조절하는 핵심 영역으로서, 감각 정보의 각 처리 과정이 특정 주파수의 뇌파에 인코딩되어 이루어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감각피질 내에서 확인된 뇌파의 주파수 변조 현상을 관장하는 신경회로는 아직 규명된 바 없다.
조광현 교수팀은 이 연구성과를 활용함으로써 향후 여러 뇌질환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 비정상적 뇌파 활동을 신경세포 네트워크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수학모형을 활용하면 전통적 생물학 실험을 통해 파악이 어려웠던 뉴런들 사이의 다양한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신경회로의 복잡한 설계 원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여러 뇌질환 환자의 뇌에서 관측되는 비정상적인 뇌파 활동을 신경네트워크 차원에서 분석하고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생물학 접근을 통한 신경회로의 구조 및 기능 분석은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뇌 신경회로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컴퓨터 과학자들이 이를 이용해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자폐증이나 집중력 조절 장애 등과 관련된 신경회로 규명, 두뇌 치료 기술 등의 원천 의료기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뇌의 다양한 기능은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뉴런들의 동시 다발적인 발화에 의해 형성되는 뇌파는 뇌의 활동 상태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영역 간 선택적 통신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지금껏 뇌파의 생성 및 변조를 담당하는 핵심 신경회로가 밝혀진 바가 없었다”며 “점차 밝혀지고 있는 뉴런 간의 복잡한 연결성에 숨겨진 설계원리를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찾아냄으로써 뇌의 동작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6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