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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게 값”… AI가 쏘아 올린 메모리값 40% 폭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슈퍼 사이클’ 진입… 영업익 140% 껑충
‘공급망 쇼크’ 엔비디아, 5년 전 구형 그래픽카드 긴급 수혈
‘슈퍼 을’ 된 메모리 업계… 애플조차 “부품값 50% 인상” 비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전례 없는 ‘메모리 초호황’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전례 없는 ‘메모리 초호황’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전례 없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불러왔다.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 Wccf테크 등 주요 외신은 6(현지시각) AI 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해지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 주가가 연초부터 치솟는 가운데, ‘반도체 공룡엔비디아는 부품이 모자라 구형 모델 생산을 재개했고, 애플조차 메모리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는 등 시장 판도가 철저한 공급자 우위로 돌아섰다.

삼성·SK하이닉스 주도권 장악… 주가·실적 동반 랠리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AM) 수요가 폭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벤 배린저 퀼터 체비오트 기술연구소장은 최근 반도체 주가 상승은 비메모리가 아닌 메모리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라며 “AI 작업 부하를 감당하려는 강력한 수요와 제한적인 공급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 메모리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들어 각각 15.9%, 11.5% 상승했고, 미국 마이크론 역시 16.3%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D램 가격이 오는 20262분기까지 최대 40%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메모리 기업의 실적 호전으로 이어진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0% 급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 역시 40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야흐로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최신 칩 품귀현상 극심… 엔비디아의 역주행


메모리 공급난은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제품 전략까지 바꿨다. 엔가젯은 이날 엔비디아가 2021년 출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3060’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신 AI 데이터센터들이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GDDR7’ 등을 싹쓸이하면서, 일반 소비자용(게이밍용) 그래픽카드에 들어갈 부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엔가젯은 “AI 기업들이 PC 부품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면서 일반 소비자가 램(RAM)이나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AI 산업의 블랙홀 같은 흡수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최첨단 공정라인이 AI 가속기 생산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공정이나 부품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기업이 부품 부족 탓에 5년 전 기술을 다시 꺼내 든 현실은 현재 공급망 병목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한다.

슈퍼 갑된 메모리… 애플도 가격 인상 못 피해


막강한 공급망 장악력을 자랑하던 애플도 메모리 가격 폭등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Wccf테크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20261분기까지 낸드(NAND) 물량은 확보했으나, D램 가격 협상에서는 고전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내년 1분기 D램 조달 비용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대만 TSMC와의 협상에서는 웨이퍼 가격 인상 폭을 한 자릿수 초반으로 방어했으나, 메모리 반도체만큼은 공급자(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18(가칭) 시리즈에 탑재될 ‘A20’ 칩의 제조 원가는 전작인 A19보다 약 30%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PC나 스마트폰 판매량이 사이클을 결정했다면, 이번에는 ‘AI 인프라 투자라는 거대한 자본 흐름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수요는 폭발적인데 생산 라인 증설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 메모리 제조사들이 가격 결정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시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반도체 기업에는 호재지만, 완제품 제조사와 최종 소비자에게는 비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한다.

AI 혁명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뒤흔드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원가 관리가 글로벌 기술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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