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7일 전 거래일 대비 1.67%(2700원) 상승한 16만 47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시가총액 18조 3403억원을 기록했다.
52주 최저가가 3만 1650원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불과 1년 만에 주가가 5배 넘게 뛴 셈이다.
수급상 외국인과 기관을 매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 20일 기준 외국인은 80만 386주를 순매수했고, 기관도 58만 7,169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으로, 한 종목에 집중 매수를 이어간다는 건 단순한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대건설을 건설주가 아닌 원전주로 재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 KB증권, 목표주가 17만원으로 전격 상향
최근 주가 상승의 트리거는 KB증권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리포트였다.
제목은 'BTS, 봉준호, 손흥민, 현대건설. Let's Go' 건설사 종목 리포트에 이런 제목이 붙은 건 전례가 없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현대건설이 이미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 이라는 선언이다.
KB증권은 이번 리포트에서 투자의견 Buy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13.3% 상향했다. 불 케이스(Bull-case) 시나리오는 19만 7000원까지 열려 있다.
목표주가 산정 근거는 12개월 선행 P/B 2.15배 적용이다. 2011년 중동 플랜트 슈퍼사이클 당시 현대건설 고점 밸류에이션이었던 P/B 2.3배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으로, KB증권 장문준 애널리스트는 "지금 사이클이 당시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길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 '모든 것은 현대건설을 가르킨다'
미국이 원전 르네상스를 위해 필요한 파트너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은 현대건설뿐 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26년 중 정부 주도의 원전 발주 구조(SPC)를 준비하고, 2027년부터 2029년 1월 사이에 총 8기~10기의 대형원전 FID(최종투자결정) 를 순차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KB증권의 가설이다. 미국이 원하는 건 10기의 원전이 아니라, 이를 통해 민간 중심의 산업 확장 생태계 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수행 파트너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다수 원전을 실제로 건설해본 경험, 가격과 공기를 관리하며 '잘' 지어본 기록, 꾸준한 건설을 통한 공급망과 인력 유지 체계, 자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검증된 시공 이력, 마지막으로 미국의 산업 전략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파트너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형원전 20기 완공, 해외(UAE 바라카) 대형원전 4기 완공,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관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예정. 이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 역대 사이클과의 비교 ...지금이 가장 강하다
KB증권은 이번 글로벌 원전 사이클을 현대건설이 경험했던 역대 세 차례 상승 사이클과 비교 분석했다. 국내 주택 사이클(2021년 피크), 대북 사이클(2018년 피크), 중동 플랜트 사이클(2011년 피크)과 비교했을 때, 현재 글로벌 원전 사이클은 시장 크기가 글로벌, 사이클 강도가 강하고, 경쟁 강도는 낮으며, 사이클 지속 기간이 가장 길 것 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정적 차이는 '경쟁 강도'다. 중동 플랜트 사이클 때는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 원전 시장은 다르다. 검증된 EPC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 구조 가 형성돼 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수주 단가와 마진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 실적은 저점을 지나는 중
단기 실적은 부담 요인이다. KB증권 추정에 따르면 1분기 2026년 매출액은 6조 4505억원 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104억원 으로 48.3% 급감할 전망이다. 국내 주택 시장 침체와 연결 자회사 매출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방향이다.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면 3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난다.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은 8030억원 으로 전년 대비 22.9% 증가하고, 2027년에는 1조 1660억원 으로 45.3%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지금은 실적 저점이자 원전 모멘텀이 본격 가시화되기 직전의 시점이다.
■ 글로벌 원전 기업 대비 여전히 저평가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 비교해도 현대건설의 밸류에이션은 낮은 수준이다. 2026년 기준 P/E 28.2배는 인도 L&T(33.1배), 캐나다 AtkinsRealis(23.2배)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며, 유럽의 방시(14.8배)·뱅시(18.4배)보다는 높지만 이들은 원전 비즈니스 범위와 성장성 면에서 현대건설에 미치지 못한다. ROE는 2026년 6.0%에서 2027년 7.9%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순현금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도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건설주 프레임' 버려야 보인다
현대건설을 '건설주'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순간, 지금 주가가 비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금 '원전기업으로 인식되는 과정'에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전 EPC 기업으로 재분류되는 순간, 글로벌 피어 밸류에이션은 전혀 다른 좌표를 가르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2주 최저가 3만 1650원에서 52주 최고가 17만 6900원까지 단 1년 만에 5배 넘게 오른 현대건설은 방향만큼은 명확한 종목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