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배런스에 따르면 엔페이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 하락한 79.45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선런과 솔라엣지도 각각 1.34%, 14.99% 하락했으며, 선노바(Sunnova)와 퍼스트솔라(First Solar) 역시 3.65%, 4.46%씩 주가가 떨어졌다.
엔페이즈, 3분기 매출·주당순이익 모두 예상치 하회…4분기 전망도 어두워
엔페이즈는 3분기에 매출 3억 8,09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65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매출 3억 9,260만 달러, EPS 78센트를 모두 밑도는 수치다.
회사 측은 미국 내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유럽 시장의 수요 약화로 인해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4분기 매출 전망치를 3억 6,000만 달러에서 4억 달러 사이로 제시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증권가, 엔페이즈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경쟁 심화·테슬라 위협 등 우려
엔페이즈의 실적 부진에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구겐하임의 조셉 오샤 애널리스트는 엔페이즈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73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엔페이즈의 실적과 전망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지만, 다른 지역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다"며 경영진의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엔페이즈의 주요 사업 부문인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테슬라는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을 통해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캔코드(Canaccord)의 오스틴 묄러 애널리스트 역시 엔페이즈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40달러에서 95달러로 낮췄다. 그는 "미국 주택 시장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엔페이즈의 실적 전망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높은 금리·캘리포니아 새 에너지 정책 등 악재 겹쳐…업계 전반 '침체'
최근 주택용 태양광 업계는 높은 금리와 캘리포니아주의 새로운 순에너지 계량 시스템(NEM 3.0)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태양광 설비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고, NEM 3.0으로 인해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최대 태양광 업체 중 하나인 선파워(SunPower)는 8월 사업 매각 또는 축소 계획을 발표했으며, 타이탄 솔라 파워(Titan Solar Power)는 6월 파산 신청을 했다.
퍼스트 솔라, IRA 수혜로 '선방'…에버코어, 엔페이즈 장기 전망 '긍정적'
반면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 솔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금 공제 혜택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에버코어의 제임스 웨스트 애널리스트는 "엔페이즈의 실적은 미국 시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유럽 사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낮은 금리, 투자 세액 공제, 높은 전력 가격 등으로 인해 2025년 미국 태양광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며 엔페이즈의 장기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133달러에서 1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 금리·정책 변화·경쟁 환경 등 주시…태양광 업계 '불확실성' 지속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금리 변화, 정부 정책, 경쟁 환경 등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과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은 엔페이즈를 비롯한 태양광 업계에 지속적인 과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