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는 게임 GPU 회사에서 이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지난달 말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 중에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한 말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선 이 말에 절규가 터져 나왔다. 높은 사양의 최신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제공 기업이 되겠다는 황 대표의 비전은 뒤집어 보면 "게이머를 위한 '가성비' 좋은 그래픽카드는 더 이상 기대하지 마라"는 선언으로 들렸다.
실제로 현재 지포스 RTX 라인업 중 '가성비' 라인업으로 평가받는 지포스 RTX 5070 Ti 제품군의 출고가는 749달러, 한화 기준 139만9000원이다. 2020년 말에 출시된 RTX 3070이 499달러에 출고돼 국내에서 60만~70만 원대에 거래된 것에 비해 5년 새 2배 올랐다. 가성비 좋은 PC가 100만 원대였던 시대는 저문 지 오래다.
가파른 가격 인상은 PC 게임 이용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니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 역시 749달러, 한화 기준 111만8000원에 출시됐다.
패키지 가격도 천정부지다. 올 6월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월드'가 처음으로 80달러(국내 판매가 9만8000원)의 시대를 열었다. 2023년 5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70달러 선을 밟은 뒤 불과 2년 만의 인상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내년 11월 출시를 앞둔 미국 락스타 게임즈의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6'는 아예 100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흔히 "게임은 가성비 취미, 서민 문화"라는 농담이 통용됐다. 음향기기·스포츠용품·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돈에 비해 훨씬 저렴한 취미라는 뜻이다. 하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 속에 언제까지 서민 문화로 남을 수 있을까. 상대적 저렴함에 기대어 봐도 웃음보다는 한숨이 나오는 시대가 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