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는 2001년 정부가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이후 20여 년간 PBR이 0.3~0.6배 수준에 머물렀다.
PBR은 주식 한 주의 가격이 자본 총계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밸류에이션 지표로,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기업의 전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저평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체면을 크게 구긴 사건도 터졌다. 2021년 8월 6일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가 PBR 10배를 돌파하며 금융 대장주로 등극한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 원으로 KB금융(21조7052억 원), 신한금융(20조182억 원), 하나금융(12조9855억 원) 등을 크게 앞질렀다.
카카오뱅크는 분명 은행주였지만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철저하게 은행을 지우고 플랫폼 기업임을 내세우는 전략을 썼다. 그 전략은 결국 통했고, 상장 이후 한동안 주가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근 KB금융이 시가총액 60조 원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불과 5년 전 KB금융의 몸값이 3분의 1 수준이었던 것도 놀랍고, 출범한 지 막 4년여가 지난 카카오뱅크의 몸값을 은행·카드·보험·증권 등을 보유한 국내 1위 금융그룹보다 높게 쳐줬다는 것도 당시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에 대한 시장의 냉소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금융주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매력이 커진 것이 가장 주효했다. 4대 금융은 지난해 모두 배당성향을 끌어올리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전반의 주주환원율은 50% 수준을 넘어섰다.
아울러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대표 배당주로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의 수혜를 크게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전히 강한 정부의 통제는 향후 주가를 발목 잡는 최대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상반기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7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자수익에 매달리지 마라"는 이른바 이자놀이 경고 발언 이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8일 4대 금융 주가가 하루 만에 평균 7% 가까이 급락했다.
은행들의 호실적과 배당 확대에 대한 수혜가 국내 투자자들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78%에 이른다. 신한금융(60%)과 하나금융(68%)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 금융주에 투자한 외국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지만, 내국인들은 은행에 막대한 대출이자만 부담한 채 그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는 점은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