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라도 남김없이 비웠으면 좋겠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인 ‘민생 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이 한 이 발언으로 시끌벅적하다.
조 의원은 이 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이나 예산 또는 법제화와 관련 없는 아이디어를 나눈 것 중 몇 개를 소개한 것뿐인데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뒤늦게 사과했다.
조 의원의 주장처럼 이 말은 보통 사람이 사석에서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말이다. 그런데 조 의원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고위 리더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 말이 논쟁거리가 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리더의 말’이라는 측면에서 다뤄보겠다.
첫째, 리더는 자기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준으로 말해야 한다. 사실 이는 리더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소통(疏通)’에 관한 사전의 뜻풀이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즉 오해가 있다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말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 소통의 의미다.
둘째, 리더는 자기 말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조 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에 대해 이 점을 반드시 생각했어야 했다. 회사에서 승진한 리더가 승진하지 못한 사람에게 말할 때도 그 말이 미칠 영향에 대해 반드시 생각한 후 말해야 한다. 동료였을 때 농담이 진담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뜻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부분 사람들은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괄식으로 말하라는 것이다. 특히 요점을 말하기 전에 감정이 상했다면 그다음 말을 이어갈 기회가 사라지기도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사례를 대부분 한 번 이상 경험했을 것이다.
넷째,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조 의원은 “밥 한 공기 더 먹어서 소비를 늘리자!”라는 뜻으로 말했겠지만 듣는 사람은 “그게 건강에 도움이 될까?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으라면 누가 먹을까? 그것도 정책이란 말인가?”라는 의문을 품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오해로 받아들였다면 빛의 속도로 사과하되, 절대 이유를 대지 말라. 사과하면서 이유를 대면 그것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 된다. 굳이 변명하고 싶다면 상대가 감정이 누그러진 후 평상의 마음이 돌아왔을 때 차분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훌륭한 상담가라고 하더라도 부부 싸움 직후 상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섯째, 리더의 말은 사적인 자리에서 한 말도 공적인 말이 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외로운 이유다. 하지만 이런 외로움을 자신이 감내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리더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라면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줄 상담사나 코치를 고용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리더의 말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을 조 의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고 들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아마도 조 의원은 위원회의 수고를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이디어 차원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를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에 그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상이 조수진 의원의 예를 들어 리더가 말할 때 생각해야 할 점들이다. 요약하면 리더는 쉬운 말로 간결하게 두괄식으로 말하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아무리 가볍게 말해도 사람들은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특히 리더의 말은 사적인 말도 공적인 말이 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