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수주에서 장기 협력으로…유럽·중동서 파트너십 모델 안착
기술 이전·현지화·후속 사업으로 확장되는 방산 생태계
기술 이전·현지화·후속 사업으로 확장되는 방산 생태계
이미지 확대보기2025년 한국 방위산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장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산업 협력 모델을 본격적으로 안착시킨 해로 평가된다.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운 초기 수주 국면을 지나,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후속 군수 지원까지 포괄하는 신뢰 중심 구조가 자리 잡았다. K방산은 이제 계약 성사 여부보다 관계의 지속성과 확장성이 성과를 가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올해 K방산의 가장 큰 변화는 '수주 이후'에 있었다. 과거에는 계약 체결이 성과의 끝이었다면, 이제는 계약 이후 이어지는 후속 사업과 협력 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한국 방산 기업들은 단발성 무기 공급자가 아닌 장기 안보 파트너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폴란드와의 협력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차와 자주포, 항공기 도입을 넘어 현지 생산과 유지·보수, 군수 체계 구축까지 협력이 확대됐다. 단기간에 물량을 공급하는 능력뿐 아니라, 운용 전반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됐다. 이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웠던 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시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기존의 무기 도입 중심 관계에서 벗어나 공동 개발과 기술 이전, 방산 인력 양성까지 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한국 기업을 자국 방산 생태계 구축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며, 중장기 협력 구도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이러한 신뢰 기반 전략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와 탄약, 엔진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후속 군수 지원과 현지 생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구축하며 장기 계약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병행하는 모델을 정착시키며, 전력화 이후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을 중심으로 훈련과 정비, 운용을 포괄하는 통합 패키지를 제시하며 공군 전력 전반의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다.
LIG넥스원은 유도무기와 레이더 등 핵심 전자·미사일 기술을 앞세워 기존 수출국과의 추가 계약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얼마나 팔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함께 가는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신뢰 기반 확장은 글로벌 방산 시장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면서 단기 구매보다 안정적인 공급망과 신속한 대응 능력이 중요해졌고, 이는 한국 방산 기업의 강점과 맞아떨어졌다. 특히 납기 준수와 운용 안정성에서 쌓은 평판은 후속 계약과 추가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계약 규모 확대에 비해 현지화와 기술 협력의 깊이가 충분한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기술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 단순한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략적 선택과 투자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업계는 내년 이후 K방산의 성패를 '얼마나 더 팔았는가'보다 '어떤 관계를 남겼는가'에서 찾고 있다. 2025년은 K방산이 계약 경쟁을 넘어 장기 파트너십 산업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확대보기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